[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국내 건설 경기 불황과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에 철강사의 부진이 장기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철강사는 사업 비용을 줄이고 조강량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조강생산량은 2122만톤이다. 태풍 힌남노로 생산이 중단됐던 2022년 하반기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1~4월·2235만톤)보다도 100만톤 이상 적은 양이다. 코로나19로 생산량이 떨어졌던 2020년도 2202만톤으로 올해보다는 생산량이 많았다.
철강업계는 건설 불황과 중국산 철근의 유입으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쌓인 재고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건설 현장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인 철근의 재고량은 올해 4월 기준 64만 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 4000톤 대비 36% 늘었다. 실제 올해 내수 판매량으로도 철강업계 부진은 관찰된다. 올 4월 내수 판매량은 70만 9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5%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산을 해도 소비하는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원가 절감과 비용관리를 위해서 조강량 조절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5일제 복구하고 공장 가동 시간 줄이고 '비상경영' 돌입
업계 역시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하며 내부를 정비하고 있다. 먼저 동국제강은 이달부터 인천 전기로 공장을 밤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4조3교대는 유지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공장을 가동한다. 전기로 의존도가 큰 동국제강으로선 철근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킬로와트시(kWh)당 오전 8시~오후 6시에는 평균 208원이지만 오후 10시~오전 8시까지는 105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동국제강 인천 전기로 공장은 연간 220만 톤의 철근을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로 생산량이 약 3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역시 이달 들어 임원진의 주 5일제 근무를 복구시켰다. 지난 1월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한 지 5개월 만이다.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내 주 5일제로 전환된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불안한 철강 시황에 임원진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을 7월 예고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걸었던 '조직의 슬림화'가 전면 반영될 예정이다. 이미 중복 부서를 통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고, 임원 급여의 최대 20%를 반납하는 내용이 담긴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창립 71주년을 맞이해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철강업계의 경영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거듭해 불황의 어두운 터널은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했다. 현대제철은 상하반기 인천, 당진 공장의 수리를 계획하며 사실상 생산량 감산에 들어갔다.
철강업계 부진 장기화로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던 전망도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이 지나야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철강업황 회복 지연과 이차전지 사업 둔화에 따른 불가피한 속도 조절"이라며 "양 사업 모두 (상반기) 바닥을 지나는 구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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