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이후, 해외 언론들은 "이 사건이 백악관을 트럼프 손에 (다시) 쥐어줄 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오른쪽 귀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라(fight)"고 외치는 영웅적 모습이 지지자들은 물론, 중도 부동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결정적 순간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원에 둘러 싸인 채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정치 전략가들은 선거 캠페인에 대해 얘기할 때 종종 어떤 '순간'을 얘기한다"면서 "(트럼프 피격 사건은) 미국의 수십년 정치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순간(most significant moment)'"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압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지만, 여론조사에선 크게 앞서지 못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불과 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총격 사건은 그 파급력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피격은 전·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는 지난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에 맞은 이후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레이건은 자신에 대한 피격 사건 이후 몇 달 동안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8% 포인트 올랐다.
BBC 방송은 "얼굴에 피가 흐르는 채로 주먹을 들어 올리는 트럼프의 비상한 이미지는 역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올해 11월 대선의 경로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 방송은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이 트럼프의 이 같은 극적이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선거에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주먹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이 장면이) 그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에선 '트럼프가 이미 선거에서 이겼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반 오든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공격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방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의 수석 정치 칼럼니스트 조나단 마틴은 "총격 사건에 대한 분노는 (이제) 트럼프의 본능적인 대응에 대한 존경과 그의 저항심을 향한 환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번 사건은 이미 종교집단 수준의 숭배자를 보유한 트럼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총격 발생 2시간도 안돼 '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축복했다'는 문구가 소설미디어에 퍼졌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피격 이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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