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큐텐 그룹의 정산 대금 지연 사태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에서 시작된 미지급 사태가 큐텐 해외법인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판매자들이 거래를 중단해 실제 거래 규모가 감소하는 등 경영 위기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 티몬까지 번진 미지급 사태…셀러 위기감 커져
전날 티몬이 일부 셀러들에게 보낸 정산 지연 안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1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을 둘러싼 셀러 정산 미지급 사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티몬은 이날 메일 등을 통해 판매자들에게 정산 지연에 대한 안내와 함께 전날 발표한 보상프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해당 안내에 따르면 티몬 측은 "언론의 부정적 보도 후 일부 판매자들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의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주어 거래 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됐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큐텐 그룹은 전날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일시적인 전산 시스템 장애'라며 ▲모든 그룹사 파트너에 10%(연이율)의 지연 이자 포인트로 지급 ▲2주 이상 지연 파트너에게 3년간 위시플러스 및 위시 판매 수수료 3% 감면 ▲한 달 이상 지연 파트너에게 상장 시 우리 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정산 지연금 50%까지 주식 매입 등을 약속했다.
보상안에도 셀러들의 위기감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정산 미지급 사례가 꾸준히 쏟아지면서 실제 판매를 중단했다는 셀러들의 인증 글도 이어지고 있다. 큐텐 측은 "대부분 정산 주기 변경으로 대금 지급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불안감을 느낀 셀러들이 거래를 중단하고 나서면서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 '티·메·파크 시너지'는 어디에…'무리한 몸집 키우기' 지적
구영배 큐텐 사장 [사진=큐텐] |
큐텐의 위기론이 급부상한 것에는 구영배 대표의 '시너지' 구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를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직구와 역직구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에서는 네이버, 쿠팡과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천하를 삼등분하는 계책) 위치에 설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인수 후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이 보이지 않았다. 위메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9% 감소하고,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지난해 1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인터파크커머스 또한 큐텐에 인수된 뒤 매출액이 342억원, 영업손실은 157억원에 불과하고 티몬 또한 2016년부터 이어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큐텐이 지난 3월 AK몰을 인수하면서 '큐익스프레스 상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큐텐의 한국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그룹 계열사가 하나같이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데도 무리한 인수를 추진하는 탓에 큐텐이 상장을 위한 몸집 키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가운데 정산 미지급 사태가 터졌고, 큐텐의 상황을 알아보던 판매자들이 속속 탈출하고 있다. 전날 큐텐그룹이 정산 미지급 사태에 대해 대금 납부 시한을 '7월 말'까지 한정한 것과 달리, 이날 공지에는 시한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큐텐 그룹이 인력 효율화 등을 위해 티몬, 위메프, 큐텐테크놀로지 3사 합병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이와 관련해 큐텐 측은 "현재로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