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별거 중이던 아내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대형 법무법인 출신 미국 변호사의 항소심이 24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1-1부(박재우 김영훈 박영주 판사)는 이날 오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모 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1심 당시 양복 차림으로 재판을 받던 현씨는 이날 수의 차림으로 휠체어에 탄 채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인정신문(人定訊問) 과정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검찰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에서 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이유를 밝혔다.
반면 현씨 측 변호인은 "원심은 이 사건 범행 동기에 대해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그러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면 어렸을 때부터 모범생으로 자라 대형 로펌에 취직하고 두 자녀를 위해 헌신적인 생활을 해왔던 피고인이 애지중지하는 자녀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왜 줬겠느냐"며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불만은 있었지만 가족을 지키고 싶어 했다"며 "과격한 행동을 보인 것은 피고인의 정신질환이 경합된 결과"라고 주장하며 현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을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방청석에서 이를 들은 피해자 유족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9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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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별거 중이던 아내 A씨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 결과 현씨는 과거 A씨와 한 차례 이혼소송을 하다가 합의했으나 A씨가 2차 이혼소송을 제기해 별거 중인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심에서 현씨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부검의의 부검 감정 소견 등을 볼 때 피고인이 둔기로 피해자를 구타하고 충격으로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강한 힘을 가해 상당 기간 목을 조른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며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고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피해자가 겪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한편 현씨는 국내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로 그의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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