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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쇼크] <중>규제사각지대서 '돌려막기'…터질 게 터졌다는 왜 그럴까

기사등록 : 2024-07-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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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내 자본 돌려막기 속출
6,7월 현금성 이벤트 대거 시행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 일어나
'60일' 두 달 간의 대금은 어디로 갔나
"돈 내 놔라" 소비자·판매자 모두 피해

이커머스 기업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구영배 큐텐 대표를 중심으로 사건의 원인과 이어질 파장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큐텐그룹이 보유한 현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은 공공연했다. 인수 과정에서 구영배(58) 대표가 브릿지론 등 대출을 끌어와 인수 후 대금을 갚는 등 금융권 돌려막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증권사 자금의 만기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판매자 정산대금이 밀리기 시작했다. 자금이 부족해진 큐텐이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까지도 돌려막기에 이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올 6~7월 현금을 곧장 들일 수 있는 상품권 판매가 시작됐다는 점, 이 시기에 맞춰 대규모 판촉 행사가 시작됐다는 점이 의혹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 인수 자회사, 재정난에도 '큐익스' 상장 위한 재물로 이용

큐텐의 국내 자회사에는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큐익스프레스, 큐텐테크놀로지가 있다.

2023년 말 기준 큐텐그룹 계열사 간 자금 대여 현황은 매우 복잡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금액은 큐익스프레스에서 나스닥 상장을 앞둔 큐익스프레스 Pte.Ltd.로 향한 1168억원이다. 대여 규모가 가장 크고, 시기도 수상하다. 자금 사용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상장을 추진하는 시점이라 관련 자금 확보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상장을 위한 외형 부풀리기도 지속됐다. 올해까지 AK몰에 이어 동남아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데 2300억원을 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금액은 상당부분 차입금으로 충당됐고 큐텐의 자금 투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티몬, 위메프가 잇따라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데 이어 어렵게 인수한 위시도 자금 사정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큐텐은 아직까지 인터파크커머스 인수 대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위시 인수를 위해 낸 대출의 만기 연장 불가 통보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출 불가' 통보…정산 미지급 사태 발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28일 강남구 한 건물에서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셀러들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출국 금지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2024.07.28 whalsry94@newspim.com

6월과 7월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대규모 상품권 이벤트가 진행됐다. 특히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해 차익을 남기는 일명 '상품권 깡'이 한 달여 전부터 이번 사태 직전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권깡은 '재정난'의 대표적 신호로 알려져 있으며, 대규모 파산 사태를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당장의 현금 마련을 위해 마진을 크게 줄여 판매한 셈이다.

판매자들도 이 시기에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량의 판촉행사를 벌였다. 판매자들에 따르면 MD(마케팅디렉터)가 셀러(판매자)에게 물량을 대량 공급할 것을 설득했고, 이들은 타사에 제공할 물량까지 빼 티몬과 위메프로 몰아넣었다. 최저가 비교에 따라 티몬, 위메프 등으로 수요가 쏠리며 두달 간 매출이 1년치 매출보다 많아지기도 했다.

대금은 6월,7월부터 정산되지 않았다. 상품권 판매, 대규모 판촉행사로 인한 막대한 현금 확보 이후다.

◆ 결국 지급불능 사태…'60일' 동안 대금으로 뭐했나

이런 일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을까. 다른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티몬과 위메프에는 다른 이커머스 업계에 비해 유독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법으로 정해놓은 최대치를 활용한 '정산 주기'다. 

플랫폼사의 결제 시스템은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카드사는 결제금을 PG사로 넘기고 PG사는 수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을 플랫폼에 지급한다. 플랫폼별로 설정된 기간에 따라 이후 판매자에게 남은 금액이 지급된다.

G마켓·쿠팡·11번가 등 다른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는 하루 이틀에 불과한 반면 이들 플랫폼은 정산 주기가 60일로 법에서 정해놓은 최대 기간이었다. 

업계 관계자에게 '이번 사태를 막을 예방책은 마련되어 있느냐'고 묻자 "짧은 대금 지급 기간이 곧 예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 금액을 판매자에게 하루, 이틀 만에 전달할 경우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피해자 규모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물건을 팔았으면 판매자에게 빠른 시일 내 입금하면 되는데 티몬과 위메프는 그 대금을 60일이나 갖고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대금을) 오래 갖고 있으면 금융감독원 등에서도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정산 주기를 짧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셀러·소비자 피해 일파만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큐텐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신속한 해결 및 수습을 촉구하며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7.28 mironj19@newspim.com

침묵으로 일관하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29일에서야 첫 입장을 발표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입장 표명이 늦었다"면서 가진 재산을 모두 활용해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자금 마련 방안은 ▲큐텐 지분 매각 또는 담보 활용 ▲개인 재산 활용 ▲그룹 차원의 펀딩과 M&A 추진 등이다. 다만 이는 지분이 매각되거나 대출을 받아야 가능해 당장 피해 보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소비자, 판매자 피해는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 여름 휴가 기간에 겹쳐 항공권, 숙박권 등을 구매한 고객이 많아 소비자 피해도 매우 크다. 지난 24일 환불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위메프 본사, 티몬 사옥 등으로 몰리며 이 과정에서 낙상 사고 등이 발발하기도 했다.

판매자는 당장 구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중소기업 단위 규모 셀러도 포함되어 있어 연결된 유통 기업의 줄도산은 물론 인력 해고 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판매자 50명가량은 한 강남구 건물 7층에 모여 "판매 대금은 이익금이 아니다. 1억 원을 팔면 3% 정도 남는데, 갑자기 정산금을 안 주면 큰 위기에 놓인다"며 "한 직원은 가정 형편이 안 좋고 다른 직원은 결혼 때문에 대출도 냈지만 현재로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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