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담합하거나 심사위원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는 업체 및 관계자,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심사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30일 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법인 17개사, 3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3월 14일 첫 기소 이후 이날까지 재판에 넘겨진 법인과 임직원, 심사위원은 총 68명에 이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검찰이 이번에 기소한 사건은 '입찰담합'과 '금품수수' 크게 두 사건이다.
우선 입찰담합 사건은 감리업체 법인 17개사와 법인 관계자 등 19명이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낙찰자를 미리 정해 들러리를 서주는 등 방법으로 LH 발주 용역 79건,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에 대한 부당공동행위를 한 사건이다.
검찰은 LH와 조달청 발주 계약금액이 각각 약 5000억원, 약 740억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또 금품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2020년 1월~2022년 12월 공공 발주 감리입찰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며 청탁과 함께 금품을 공여한 감리업체 대표 및 임직원 20명,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학 교수 및 시청 공무원 등 18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종합심사낙찰제도'였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최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저하 등 폐해를 막고 기술 중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종합심사낙찰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이 늘어났고, 이에 감리 업체들이 '연간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받을 업체를 지정하는 등 이른바 '들러리 서주기' 방식으로 담합 행위를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감리업체들은 LH전관들을 채용해 LH전관들로 이루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군사작전을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심사위원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공정이 생명인 공공 입찰심사 점수를 흥정했다"고 지적했다.
감리업체들이 고액의 뇌물비자금을 조성해야 하므로 감리현장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되고, 기술력이 없는 업체들도 뇌물을 통해 용역을 낙찰받음으로써 전반적인 현장 감리부실 및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 등에 이 사건 수사 대상 감리업체들이 관여했다.
또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업체 간 건설적인 경쟁을 유도하여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일률적인 저가 낙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도가 오히려 심사위원에 대한 금품로비에 악용되는 실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앙지검 공조부는 이달 초 국토교통부, 조달청, LH 관계자들과 유관기관 협의회를 개최해 ▲종합심사낙찰제도 대상 용역의 재검토 ▲심사위원 풀 선정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공정성 확보 및 실질적인 검증 실시 ▲특정 용역에 선정된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등 개선방안을 협의했다.
끝으로 중앙지검 측은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카르텔을 엄단하고 검찰의 형벌감면신청 제도를 수사 실무에 정착시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자유시장 경쟁체제를 잠탈하고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카르텔 범죄에 대해 상시 감시하고 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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