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주도로 가결됐다. 법조계에서는 무분별한 탄핵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2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한 뒤 재석 188명 중 찬성 186명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이로 인해 이 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과천=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2024.07.31 yym58@newspim.com |
야당이 주장한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는 4가지이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는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회의를 소집해 본인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를 선정하고 임명 안건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 위원장이 2인 구조로 의결한 행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상임위원 2인 이상의 요구로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 및 운영에관한법률(방통위법) 제4조 제1항, 제13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야당은 이 위원장이 본인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어 의결에 참여할 수 없었음에도 회의를 소집하고 기피신청을 기각해 방통위법을 위배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통위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법 제13조 제1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다만, 위원장은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국민의힘 입장과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과연 이 위원장에게 탄핵할 만큼의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느냐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법에서 2인 이상이 요구하면 위원회가 소집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도 위원장의 직무 사항"이라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에 해당할 순 있겠으나 이 위원장이 어떠한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전원 교수도 "최근 탄핵이 남발되면서 그 중대함이 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탄핵은 자격을 유지하면 안 될 정도의 심각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단 하루 의결권을 행사한 행위로 탄핵사유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업무 일수가 적고 사안도 크지 않아 헌재 판단이 나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후 같은해 7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판단을 내렸다. 6개월이 조금 안돼 결론난 것이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그는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이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헌재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탄핵이 소추됐던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본회의 표결 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