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언론인 등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통신 조회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통상적인 절차'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페이스북에 검찰의 통신기록조회 사실을 공개했다. 이 후보 페이스북 캡처 = 2024.08.05 seo00@newspim.com |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일 다수의 정치인과 기자들에게 지난 1월 4일 이들의 통신 이용자(가입자)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을 통지했다.
검찰은 이른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및 참고인들이 전화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광범위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법조계 등에선 통신 조회 대상이 수천 명에 이르고, 통신 조회 이후 당사자 통보까지 7개월이 걸렸다는 점 등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통신 가입자 조회 사실은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지돼야 하지만 '테러, 신체 위협, 증거인멸, 사생활 침해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6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통신 가입자 조회 사실 통지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순 가입자 조회'를 한 것"이라며 "조회 범위는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에 한정되고 통화 내역은 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7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통지가 이뤄진 데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고 피의자 등에게 통신 수사 중인 사실과 수사 목적 등이 노출될 수 있어 규정에 따라 유예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법조계에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일각에선 통신 자료 조회의 경우 수사 대상자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확인하는 단순 절차기 때문에 '통신 사찰'로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통신 조회를 통해 연락처 신분이 누군지 확인하는 건 영장 없이도 할 수 있다. 단순히 수사 대상자들의 연락처에 있는 상대방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조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이 많으면 조회 대상자 모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대상자가 몇 천 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표적을 삼아 확인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규정에 따르면 통신 조회 사실을 30일 이내로 통보하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한 달 내 통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6개월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라고 했다.
반면,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 자체를 일반인에 대한 사찰로 볼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이 통신조회를 수사의 일반적인 '루틴'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 내부에서는 사찰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서도 "다만 통신 조회를 주거지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같이 제한적으로 볼 경우 수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보다 폭넓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찰과 통신 조회 경계선은 상당히 모호하다. 통신 조회가 불법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사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누구와 친하다, 누구와 통화를 자주 한다 이런 내용들이 범죄랑 상관없이 사생활로써 유출될 수 있고 결국 검찰의 정보 수집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통보 시점을 6개월 유예하려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 이번에 조회한 수천 명이 모두 증거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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