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형사재판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었다.
6년간 이어진 소송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던 기업 신뢰도를 일부 회복한 가운데 글로벌 탑티어(Top Tier)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2024.01.22 sykim@newspim.com |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와 주장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에 오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낸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지분 가치를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 4조8000억원으로 회계처리한 것이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도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등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고발 조치도 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반발해 금융당국의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사건이 접수된 이후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로 인해 재판이 공전하다가 6년 만에 결론이 나왔다.
지난 2월 분식회계 혐의 관련 형사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으며 부담을 일부 덜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 1심에서도 승소하며 회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경쟁력을 입증해왔으나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직접 찾아 공사가 진행 중인 제2캠퍼스 부지를 직접 둘러봤으며 경영진으로부터 기술개발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보고 받았다. 이는 이 회장의 첫 국내 현장 경영으로,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각종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는 사이 수주 규모 확대를 통해 고속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첫 2조원 매출을 돌파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4637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약 반년 만에 올해 누적 수주 금액 2조5000억원을 넘겼다. 이는 전년도 전체 수주 금액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4만 리터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 이에 따라 향후 수주 규모와 매출 기대치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등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고, 앞서 있었던 형사재판 결과에 검찰이 항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사건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증거인멸 혐의 관련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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