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 지붕 아래 있던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티메프의 합병을 주장하는 구영배 대표와 재매각에 초점을 맞춘 티메프가 각자 회생안을 마련해 추진하면서다. 게다가 양 측 회생안은 모두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피해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계획에 힘을 모아도 피해 보상이 쉽지 않은 가운데 회생안 마저 제각각 추진되면서 피해 보상이 아득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류광진 티몬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5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7.30 pangbin@newspim.com |
◆합병vs매각...회생안도 '제각각'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대표와 티메프는 각각 회생안을 마련하고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1차로 설립 자본금 10억 원가량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KCCW 법인을 중심으로 양사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100% 감자하고, 구영배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한다. 큐텐은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돼 규텐 계열사를 활용한 아시아, 미국·유럽, 인도 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CCW는 지난 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구 대표의 회생계획은 티메프가 지난 12일 법원에 제출한 자구계획안과는 별개다. 티메프의 자구계획안은 구조조정펀드 등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빚을 갚고 회사를 3년 안에 정상화해 재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 대표가 추진하는 KCCW 설립 방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티메프가 사실상 구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면서 자구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최대주주인 큐텐을 배제하면 인수합병(M&A) 등은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큐텐은 티몬 지분 100%,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구 대표 역시 티메프의 매각 보다는 합병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면서 "양사를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06 leehs@newspim.com |
◆피해자들, 구영배-티메프 회생안 모두 '못마땅'
특히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둔 큐텐그룹 차원의 변호인 지원 명단에서 티몬·위메프 수장인 류광진·류화현 대표가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 측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큐텐그룹은 국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큐텐테크놀로지와 큐텐코리아 핵심 관계자들에게만 법률 지원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 사항의 핵심 정보를 가진 큐텐 측근들과 입을 맞춰 각 사의 경영 실패로 법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갈등으로 피해자 보상은 안개 속이다. 구 대표의 방식 대로면 판매 피해자에게 미정산금 대신 KCCW 주식을 받으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채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구 대표가 KCCW 신규 법인 설립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자신의 모든 자산과 큐텐 및 큐익스프레스의 해외 재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구 회장이 소유한 큐텐 전 지분 38%를 포함한 전 재산을 위메프와 티몬에 즉시 증여해 판매 대금 정산 및 소비자 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다음달 2일까지 회생 절차를 멈추고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들어간 티메프의 자구계획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자구계획안에는 소액 채권자인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명(티몬 측 4만명, 위메프 측 6만명)에게 일정 금액을 우선 변제해 상환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채권자들은 소액 채권자를 우선 변제하거나 소액을 공통되게 변제하는 방안 보다 그 비용을 투자해서 회사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구조조정 펀드 등 외부투자 유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와 채권자가 합의점을 찾으면 '자율협약'이 체결돼 법원 관리 아래에서 회생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회생절차 개시가 허가되면 법원의 강제적인 회생계획안이 추진되고, 기각되면 두 회사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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