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와 총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맞붙었다.
배장환 전 충북대학교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16일 교육·복지위 의대 증원 및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대 증원은)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캡처=국회의사중계시스템] (왼쪽부터) 배장환 전 충북의대 비상대책위원장, 진선미 국회 교육위원. |
김준혁 위원(더불어민주당)은 배 전 위원장에게 "보건복지부 의학교육점검반에서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대도 적극적이며 대학 본부와 의대 간 상호 협조적인 태도로 준비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배 전 위원장은 "총장이 긍정적이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배 전 위원장은 지난 7월 12일까지 충북의대에서 근무하다가 사직했다.
김 위원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증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냐고 묻자, 배 전 위원장은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며 현행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뒤에 있는 학생들은 해부의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어떤 건지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6~8명이 적정 수준이 아니라 그게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국립대학 교수를 1000명 증대시키겠다는 안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라며 "8월부터 국립대학교 교수를 내년까지 10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계획이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1000명을 늘린다면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병원의 돈으로 총장이 발령한 기금 교수를 전임교수로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성국 위원(국민의힘)도 "정부가 국립대 교원을 3년간 1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교수들이 대거 사직해버린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충북대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의대 교수 정원이 137명이다. 그중에 사직서를 낸 인원은 명예퇴직 2인과 의원면직 2인밖에 없다"며 현장의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고 총장은 또 배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의대 교수를 증원하는 것도 기금 교수를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저희 대학에는 기금 교수는 17명밖에 없다"며 "17명을 학교 교수로 발령 나는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150명의 (신규 인력) 증원을 최소치로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육 인프라 미비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고 총장은 "당초 증원을 신청하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200명이 한 강의실을 쓰는 것을 계획한 적이 없다"며 "2027년 3월에 본과 1학년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해부학 실험과 종합 실험을 120명 기준으로 2개 반을
편성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200명 한 반 주장은 의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총장은 "의대 학장은 교수들과 의논해 봐야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대학 본부와 의대 교수들 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오석환 교육부 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2024.08.16 calebcao@newspim.com |
배 전 위원장은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선미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정원 감원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줄이는 것도 반대"라며 "증원과 마찬가지로 감원도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배 전 위원장은 "인구 1만 명당 소아과 전문의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2.5배 이상 많은데, 왜 그 전문의가 소아과를 계속하지 않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봐야 한다"며 "인해전술로 의사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방법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병원에) 전문의가 하나도 없는 등 한국전쟁 때도 벌어지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전임의가 없기 때문에 교원도 생기지 않는다. 2000명이란 숫자가 의료 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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