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이 나왔을 경우, 항소심이 기록만 검토해 유죄로 바꿀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배경 등에 따라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무죄평결을 뒤집을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결과를 함부로 뒤집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화물트럭 20대 가량 구매할 돈을 빌려주면 원금과 수익금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한 후, 피해자 B씨에게 2011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약 25억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송금받을 때 차량구입자금 용도로 빌린다고 한 사실이 없고, 수익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으므로 기망행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피해자 B씨의 진술 이외에 A씨가 B씨에게 돈을 받을 당시 차량구입자금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말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A씨가 화물트럭을 구입하여 수익금의 일부를 준다고 해 그 말을 믿고 돈을 지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B씨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1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A씨가 화물트럭을 구입한 후 지입차량 관련 사업을 하여 수익금을 주겠다고 B씨를 기망하고 돈을 편취했다는 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 1심의 판단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앞서 1심이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A씨의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인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1심 판단을 뒤집어 유죄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민참여재판 항소심의 심리·증거조사에 관한 법리,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는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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