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이 2주를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군(軍)이 현지 세임강의 주요 교량을 잇따라 파괴해 러시아군(軍) 병력을 고립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세임강 너머로 러시아군을 몰아낼 경우, 지금까지 확보한 땅에 버금가는 면적을 추가 점령하는 한편, 러시아 땅에 큰 완충지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세임강의 세번째 교량을 폭파한 뒤, 이 다리를 재보급이나 후퇴 용도로 사용하려던 러시아군이 포위당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강에는 모두 3개의 다리가 있는데, 모두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와 최근 교량 3개가 파괴된 지점 [출처 = 미 뉴욕타임스(NYT), 전쟁연구소(ISW)] |
지난 6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州)에 전격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초기에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를 통해 빠르게 이동, 점령지를 넓혔다. 지난 16일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 18일 즈반노예 마을 인근, 19일 카리즈 마을 인근에 있는 교량을 차례로 파괴했다.
러시아 측도 교량 파괴를 인정했다. 로만 알레킨 쿠르스크 주지사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밤사이 적이 세번째 다리를 타격했다"고 말했다.
강 너머 후방과 연결이 끊어질 경우, 현지 러시아군은 북쪽으로는 세임강, 남쪽과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 국경,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 점령군에 둘러싸이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러시아 군사용어로 '가마솥(kettles)'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인 것이다.
세임강과 우크라이나 점령지 사이에 러시아 병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기습 전에 주민 5000여명이 살았던 글루슈코보 마을이 포함돼 있다. 이 마을은 우크라이나군이 초기 목표로 삼았던 수드자에 이어 다음 목표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세임강까지 진격에 성공한다면, 그 이후에는 러시아 서부에 약 900마일(1440㎞) 정도 뻗어있는 주요 철도의 허브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사분석가인 이반 키리체프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에스프레소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물류를 철도에 크게 의존한다"면서 "러시아 서부 철도가 쿠르스크 지역의 두 교차로에서 만나는데, 그 중 하나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진군한 곳에서 21마일(33.6㎞) 떨어진 르고프 마을"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기습에서는 상당한 전과를 거뒀지만, 그 여파로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돈바스 최전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곳 수비에 투입된 병력을 빼내 러시아 공격 작전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동부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뚫고 마을과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며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기습에 최소 20개의 부대가 가담했으며, 병력은 정예 공수부대와 기계화 여단을 포함해서 총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략이라는) 놀라운 작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나의 중요한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며 "러시아 기습이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공세를 늦추거나 약화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