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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 악마화'에 대하여

기사등록 : 2024-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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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검사'는 항상 무언가 은폐하기 바쁘다. 고급 일식당에서 모종의 권력과 손을 잡는 검사의 모습은 이제 미디어에서 보기 흔한 클리셰(자주 쓰이는 전개방식)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자에게 검사 클리셰를 개그 소재로 삼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언급했다. 조회수 300만이 훌쩍 넘은 해당 영상은 비리 검사의 모습을 풍자하며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 평생 검사로 일해 온 그가 봐도 재밌고 잘 만든 영상이라며 우리는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실제 검사들의 '줄 사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차 이하 검사 퇴직 수는 2019년 19명, 2020년 21명, 2021년 22명, 2022년 41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도 38명이 검찰을 떠났다. 모 검사는 기자에게 "요즘 젊은 검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그만두는 평검사들이 많아져 내부적으로 뒤숭숭하다" 등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사회부 박서영 기자 = 2024.08.23 seo00@newspim.com

하지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검찰 악마화' 프레임에 검찰 집단의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옷 벗자마자 국회로 입성한 수많은 검사 출신 인사들의 언행, 차일피일 지연되다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버린 크고 작은 정치 사건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게 한 비상식적인 수사 결과 등이 켜켜이 쌓여온 결과일 것이기에.

 

제45대 검찰총장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임기 2년 동안, 여론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수사에 집중했다. 법 앞의 평등을 말했던 이원석 총장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무혐의 처분' 보고를 받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카드를 선택했다.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다.

그럼에도 여론은 검찰의 이같은 수사 결과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황제 출장 조사', '봐주기 수사'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만큼 이번 무혐의 처분에 대한 사회적 의문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던 이 총장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그의 임기 안에 처분되지 못했다.

차기 총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심우정 총장 후보자 앞에 놓인 첫 과제는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일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검찰의 칼날이 다시금 무뎌졌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검찰 악마화'로부터의 탈출은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seo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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