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8-23 19:47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영국과 유럽연합(EU)간 청년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정권은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바뀌었지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정부가 만 18~30세 청년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자는 EU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브렉시트 이전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4월 영국과 EU의 18~30세 청년들이 3년 동안 자유롭게 오가며 학습과 취업,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EU 학생이 영국 대학에 다닐 경우 내국인 학비인 9250파운드(약 1620만원)만 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보통 외국인은 영국 대학에 다닐 때 내국인 학비의 3~6배 정도를 내야 한다. 또, 비자 수수료나 건강보험료도 면제한다는 내용도 있다. 현재 외국인은 2년 짜리 영국 비자를 받을 때 수수료 298파운드를 내야 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추가로 776파운드를 내야 한다.
EU측 제안은 영국 내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 시민단체인 '영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 나오미 스미스 대표는 "EU 제안 내용은 영국 전역에서 상당한 인기가 있다"면서 "영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짓누르는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영국이 비즈니스에 개방돼 있다는 점을 EU에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노동당 정부 주요 인사들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달 총선 때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스타머 정부는 이동의 자유 문제 뿐만 아니라 영국의 EU 단일시장·관세동맹 재가입 이슈에 대해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는 보수당 뿐만 아니라 노동당 관계자들도 비록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국 민심은 여전히 브렉시트 지지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민심의 향방에 따라 이런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인 '유럽운동'의 정책전문가 마크 잉글리쉬는 "청년 이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것은 온갖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브렉시트로 미래에 대한 시야가 좁아진 영국 젊은이들을 크게 실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