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범죄 수사를 위해 정보저장매체의 압수가 필요하고 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7년 15세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해 컴퓨터에 저장한 것을 비롯해 6회에 걸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하고, 22회에 걸쳐 9명의 피해자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2019년 여성 청소년과 성행위를 하고 15만원을 교부해 2회 성매수한 혐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그가 은닉한 저장매체를 유류물로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저장매체에 대해 참여권 보장 없이 행한 압수수색의 적법 여부였다.
A씨는 2017년 불법촬영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PC파일을 압수당했는데, 압수수색 직전 주거지 밖으로 저장매체(SSD카드)를 집어던졌고 경찰이 이를 발견했다. 이후 A씨가 해당 저장매체가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SSD카드는 유류물로 인정돼 영장 없이 압수됐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 중 성매매 일부 혐의만 제외하고 나머지 혐의를 모두 인정해 그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청소년 성매매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PC파일을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는 기소된 범행과 영장 기재 범죄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SSD카드를 유류물로 보고 압수한 것은 위법하지 않으나,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달랐다. PC파일을 기초로 획득한 증거는 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2심 판단을 인정했으나, 2심과 달리 SSD카드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유류물 압수는 수사기관이 소유권이나 관리처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했지만 적법하게 포기된 물건, 또는 그와 같은 외관을 가진 물건 등의 점유를 수사상 필요에 따라 취득하는 수사방법을 말한다.
재판부는 "유류물 압수에 있어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지배·관리 혹은 이에 담겨있는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유류물로서 영장 없이 압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압수 당시 참여권 행사의 주체가 되는 피압수자가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범죄수사를 위해 정보저장매체의 압수가 필요하고 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 피의자 등이 유류한 정보저장매체를 영장 없이 압수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압수의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된다거나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심은 유류물로서 영장 없이 압수한 이 사건 저장매체로부터 복제·출력된 SSD카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유류물 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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