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법정에서 방청객이 피고인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원 보안검색의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검색 전문가는 '벌어질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법원 보안검색이 그만큼 허술했단 것이다.
자주 법원을 드나드는 변호사 등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의 보안검색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
28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전날 서울남부지법 내에서 하루인베스트 대표를 피습한 A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26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내 법정에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 모 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이 모씨를 포함한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은 고객들을 속여 약 1조 3944억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하루인베스트 피해자 중 한 명으로 그간 재판 과정을 방청해 왔다.
이번 사건이 파장을 부르고 있는 이유는 법정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법원 입구에는 금속을 탐지하는 문형 탐지기와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는 X레이선이 있다. 흉기는 물론이고 공항에서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와 비슷하게 액체류, 약품류 등의 반입이 금지된다.
법원을 자주 드나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흉기를 소지한 방청객이 재판을 받던 피고인을 찌르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온다.
앙심을 품은 피고인이 수감소에서 흉기를 만들어 준비해 오는 경우 법원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소지품을 잘 숨기기만 하면 흉기를 반입하는 게 가능하지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방청객이 흉기를 소지하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A씨가 어떤 소재의 흉기를 들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흉기 소재와 상관없이 법원의 허술한 보안검색이 민낯이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한 한 보안검색 전문가는 "충분히 벌어질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직업 특성상 법원을 출입할 때 보안검색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그는 "법원 보안 검색이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항공보안법에 따라 보안검색을 진행할 수 있는 공항과 달리 법원은 법으로 강제된 게 없다 보니 근무자의 태도나 보안 의식이 다소 유연해 보였다"며 "법원에선 소지 물품을 꺼내서 보여줘야 하는 게 법적인 의무가 아닌 만큼, 주머니에 금속이 아닌 흉기를 소지하고 문형 탐지기를 통과했다면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지품이 X레이선을 통과할 때 이를 판독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면 소재와 상관없이 흉기 모양으로 생긴 것을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법정 호실로 들어갈 때 다시 한번 소지품을 검사하는 단계가 있었다면 흉기 소지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곧 직장인 변호사들은 최소한 모든 법원의 검색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 변호사는 "법원을 다니다 보면 법원마다 보안검색하는 게 차이가 있다"며 "어느 곳은 정말 철저히 하고 어느 곳은 허술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평소 변호사들도 법률 대리를 하다 보면 원한을 사기도 하고, 뒤통수에 대고 욕하는 사람도 만나곤 한다"라며 "안전한 법률 대리 환경을 위해 이번 기회를 계기로 통일된 보안 기준을 만들고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