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철회했으나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은 유지하는 골자의 수정 개편안을 내놓았다.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투자 재원이 필요한 시기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29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두산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개편한 사업구조. [사진=두산] |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결정되면서 두 회사의 가치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도 두 차례나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면서 시장과 주주와의 소통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시장의 목소리를 수용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주식교환 합병을 철회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하겠다며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수정했다.
◆체코 원전 앞두고 투자 여력·유동성 확보 나선 에너빌리티
두산그룹의 이번 결정은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둔 시점에서 투자 여력 확보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면서 7243억원 가량의 부채를 이전하고 원전 위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약 4831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입금 감소로 추가 차입여력이 생겨 확보할 수 있는 신규 투자 여력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 시점을 빨리 당기면서 생산여력을 늘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한국의 팀 코리아는 지난 7월 17일 체코정부의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현금 여력을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제작 시설 확충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까지 총 5년간 62기 이상의 원자로를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기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로보틱스, 두산테스나 등과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로 돌아가면서 원전 사업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큐백스, D20캐피탈 지분을 ㈜두산이 사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밥캣 분할로 인해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배당 수익은 두산밥캣 분리 시 이전되는 부채와 거의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가 29일 공시한 합병 철회 신고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2024.08.30 beans@newspim.com |
◆임시 주총 날짜는 재수립…밥캣·로보틱스는 개편 재검토
한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도 합병을 철회하는 대신 사업구조 개편은 지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는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좀 더 시급한 과제로 두산에너빌리티의 구조 개편 정리를 택한 만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우선순위가 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대표 모두 '사업구조 개편 재검토',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시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두산 지주 관계자는 "두산은 채권단 시절부터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세 분야로 가져가겠다고 밝혀왔다"며 "이번 사업 개편은 그 시작점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수정으로 인해 당초 9월 25일로 예정돼 있던 임시 주주총회는 잠정 연기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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