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중국의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데 대해 반대 목소리고 나오고 있다. 인도의 혁신 성장을 저해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자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인도 산업계가 중국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반도체 제조 관련 단체인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인도'의 사티아 굽타 대표는 "나는 (규제 완화로) 인도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의존성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중국 휴대폰 브랜드 의존도가 2015년 2%에서 현재 76%로 급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브랜드 의존성을 해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국에서 부품 등을 수입하기 시작하면 인도 전체 생태계는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인도는 저렴한 제조만 맡게 될 것"이라며 "조립 또는 반조립 부품 수출로는 전체 수익의 5~6%가량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인도 산업의 장기 목표인 수입 의존도 약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델리 소재 싱크탱크 사회개발위원회(Council for Social Development)의 비스와짓 다르 교수는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의존성은 영구적이 될 것"이라며 "이 세대의 특정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질 때쯤 인도 산업은 다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중 의존성 심화에 대한 우려는 인도 정부가 최근 4년 만에 중국의 전자 제조 부문 투자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인도 주요 경제 일간지인 더 이코노믹 타임즈(ET)는 앞서 이달 23일 "인도 정부가 최근 순수 중국 기업 및 중국과 연관된 기업들이 제안한 제조 부문 투자 프로젝트 5~6건을 승인했다"며 "승인을 받은 기업들에는 중국의 주요 애플 협력사인 입신정밀(立訊精密·Luxshare), 인도 스마트폰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Micromax)를 보유한 바그와티 프로덕츠(Bhagwati Products)와 중국 화친(華勤)의 합작법인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ET는 이어 "중국 자본의 진입을 엄격하게 규제해 오던 인도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관련 자본의 투자를 승인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더 이상의 규제는 없다"고 전했다.
SCMP는 "2020년 갈완 계곡에서 발생한 충돌로 인도 군인 20명, 중국 군인 4명이 사망한 이후 양국은 라다크의 국경 지역에서 군사 대치를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조심스러운 화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국경 지역에서의 충돌로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양국간 무역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양자간 무역액이 1184억 달러(약 158조 1113억원)에 달한 가운데, 인도의 대 중국 수출은 8.7% 증가한 166억 6700달러, 수입은 3.24% 증가한 1017억 달러를 기록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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