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괄적인 정부 규제보다는 각 시중은행의 자체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주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은행들이 더욱 효과적인 대출규제를 스스로 마련해 시행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의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방침은 변함없다고 강조한 김 위원장은 은행들의 관리 및 감독 강화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출기간과 금리까지 관여했던 금융당국이 이제와 은행자율규제를 강조하는 건 책임회피라는 지적에는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6 mironj19@newspim.com |
김 위원장은 6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가계부채를 GDP 대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주택과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체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획일적 기준을 가지고 일괄적인 통제를 하는 것보다는 개별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 수준 등을 판단해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건 은행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상승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조3000억원 증가하며 최근 4개월간 19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우 8월말 기준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7월말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 주담대는 5월 5조3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7조5000억원, 8월 7조3000억원 등 4개월만에 26조원 가량 급증했다.
가계대출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주요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을 필두로 유주택자(1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용 주담대를 차단하고 전세대출까지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일괄적인 규제를 하면 실수요자 등 고객 불편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은행들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해 현실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늘어난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길 생각은 전혀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이달 초부터 시행중인 대출규제 이후에도 가계대출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DSR 조정, 즉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실수요자 피해가 커질 수 있기에 은행들의 선제적인 대응을 지켜본 수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6 mironj19@newspim.com |
김 위원장은 "실수요자 개념도 모호하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모두 실수요가 아니겠는가. 다만 은행 규제 방향을 고려하면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과 투기 대출 등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최근 규제가 적용된 1주택자와 관련해서는 대출을 왜 받는지 다양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특례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이 집값 상승을 유인,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당시에는 부동산이 하향 안정화였기에 무주택자들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시기와 상황에 맞춰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실수요자 피해를 고려해 가계대출 규제 완화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관리나 고려가 좀 필요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본다"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동일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건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무다. 그것조차 시장개입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은 그냥 수용하겠다. 은행들이 스스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되 개별적인 행위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