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치권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의료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모하려 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참여를 거부하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6학년도 증원에 대한 협의가 아닌 내년도 증원안 백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 여러 단체들이 고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 조건을 지지하는 것 외에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은 1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의료계 주요 단체들의 입장문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그냥 발표한 것 같다"라며 "협의체에 전공의들이 안 들어오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지난 6일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 공백 해소 등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2026년도 의대증원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수시 접수 기간이 시작된 내년도 증원(1509명)은 백지화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 주요 단체는 내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입장문에서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와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의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의 의대 증원 유예를 정부 측에 요구했다.
원점재검토가 2025년 증원안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뉴스핌의 질의에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2025년 증원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의협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여야정의 합리적인 단일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료계 단체들의 2025년 증원안 백지화 요구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음을 시사한다. 의료계 단체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배제하고 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대란을 해결할 주체가 자신들이 아닐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통솔력도 없다는 반증이다.
홍 회장은 "전공의들이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단체들이 의료계를 대표해 어떤 협의를 정부와 결정하는 것도 소용이 없고, 참 난감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들어오게끔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주장을 답습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중요한 것은 응급·중증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것을 목표로 제시해서 여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지난 6월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전면 휴진을 예고하자 "의사의 단체 사직과 단체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의료계 내에서 파업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공의들이 정치권의 협의체 구성 요청에 무응답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유도 현재 복귀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상반기 수련 기간이 집단 사직으로 지나간데 이어, 하반기 추가 모집에도 대부분이 복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학생과 전공의는 내년 3월 돼야 뭔가 움직임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아직도 정부에서 반응 없으면 그냥 쉬겠다는 분위기"라며 "의대 교육과정은 학기제가 아니라 1년을 통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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