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실 대응 역량 강화 대안으로 의료진 총 400명을 신규 채용하도록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재정 투입을 강화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뽑을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인력 이탈로 인해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의료기관 또는 응급의료센터 중 인건비 지원이 시급하게 필요한 기관에 월 37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진료제한 응급실이 늘면서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아주대 병원이 수요일 운영 중단을 검토하자 인건비 1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중증·응급환자를 많이 수용하는 응급의료센터가 의사 160명, 간호사 240명을 신규 채용하도록 월 37억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5 leemario@newspim.com |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한 달로 끝나는 게 아니고 채용 인력 추이를 봐가면서 상황에 대해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재정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 인력 신청을 받고 있고 채용만 되면 바로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응급실 지원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를 대신해 새로 뽑을 인력 자체가 없고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도 금전적인 보상으로 버티기에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지역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마른 수건 쥐어짜서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6개월 동안 그렇게 버텨서 더 쥐어짤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도 6개월 동안 인력을 못 뽑고 있다"며 채용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도 "밤에 잠도 못 자고 보호자한테 시달리는 환경에서 일하겠느냐"며 "50대 의사들은 보호자한테 욕먹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밑의 세대는 그렇지 않아 지원자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환자가 한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2024.09.11 choipix16@newspim.com |
정부의 대응 정책이 시기적으로 당장 다음 주인 추석 연휴에 응급실 대응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사가 채용되더라도 응급실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 위원장은 "의료진이 바로 투입된다고 해도 연휴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응급실은 응급환자가 오면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다"며 "사전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 위원장은 "물건을 만드는 단순노동을 하는 공장이라면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응급실은 그렇지 않다"며 "의료 현장을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신규 채용을 내세운 방안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지만 의사와 업무가 달라 의료 공백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 교수는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기보다 결국 전공의 부재가 문제"라며 "정부는 돈만 말하고 있는데 결국 이탈한 전공의가 돌아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둑이 터졌는데 터진 것을 제대로 쌓지 않고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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