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혔던 TV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각각 준비한 전략대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0일(현지 시각) 대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진행된 ABC뉴스 대선 후보 토론에서 두 후보는 관세와 인플레이션, 의회 폭동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민 정책 등 핵심 이슈들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토론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던 해리스 후보는 토론 내내 멘트와 제스처, 표정으로 트럼프 후보를 자극하려 했고,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임기 당시 업적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과오 등을 대조하는 데 주력했다.
가디언지는 이날 두 후보가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 중구난방으로 흐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수차례 발생할 위기였다고 전하면서, 중심을 잘 잡은 것은 진행자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후보는 이민, 낙태, 선거 보안 이슈 등에서 일부 허위 정보를 포함해 이미 잘 알려진 주장들을 반복했고, 풍력 발전 등 다소 어려운 주제로 넘어갈 때 해리스 후보는 이를 가볍게 넘겼다고 전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집권 당시와 같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가 이날 제시한 계획들은 이미 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했어야 할 일들이라면서 '상대는 무능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필라델피아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10일(현지시간) 밤 9시(한국 시각 11일 오전 10시) 대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진행한 ABC뉴스 대선 후보 토론에 임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우)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09.11 wonjc6@newspim.com |
◆ 관세-대외 정책 등에서 '격돌'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는 토론 초반 관세 및 경제 문제, 대외 정책 문제 등에서 공방을 벌였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관세 인상 공약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 부과로 결국 중국 등이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미국에 치르게 될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세원이 창출될 뿐 인플레이션 문제는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로 인해 무역 적자는 역대급이었고, 무역 전쟁까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후보가 미국 반도체를 중국에 팔아넘겨 중국 군사 기술만 좋아졌고, 트럼프 당시 정책 때문에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터 분야 경쟁에서 미국이 밀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지속 등의 문제에서도 두 후보는 이미 알려진 수사들을 사용해 비난을 주고받았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독재자들과 친하기 때문에 그들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바라고 있다"고 했고, 유럽은 트럼프의 당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경 안보와 외교에 트럼프가 부진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집권했더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전에 해리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만났지만 결국 협상을 제대로 못 해서 러시아가 침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해리스 후보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면서, 미 의회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해리스가 만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필라델피아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10일(현지시간) 밤 9시(한국 시각 11일 오전 10시) 대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진행한 ABC뉴스 대선 후보 토론에 임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우)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09.11 goldendog@newspim.com |
◆ '즉답' 피한 후보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 모두 진행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거나 다소 당황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해리스 후보는 가자 휴전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협상 여부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재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이기기를 바라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또 '오바마케어'라고도 알려진 '적정부담건강보험법(ACA)' 문제와 관련해 진행자가 트럼프 후보에게 재집권 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묻자 "(새 계획에 대해) 콘셉트는 있다"면서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난 아직 대통령은 아니다"라는 변명을 덧붙였다.
◆ 민주당 "또 붙자"…트럼프는 "최고의 토론"
토론이 끝나자 민주당 대선 캠페인 측에서는 2차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리스 캠페인의 책임자 젠 오말리 딜런은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두 번째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토론을 마치고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2차 토론 가능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가 아마도 오늘 토론에서 한 방 먹었기 때문에 재대결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캠페인 측에서 9월 25일 NBC가 주최하는 토론에 합의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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