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아파트 지하 저수조에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이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존속살해·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김씨는 지난해 5월 2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자택에서 부엌에 있던 칼로 70세 부친의 얼굴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아파트 지하 2층 저수조 안에 넣어 숨겼다.
부모와 함께 살던 김씨는 어머니가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또 살해 후에는 범행 장소인 화장실에 물을 뿌려 청소하고 시신을 옮기기 전 현관 입구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범행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그는 수사기관에서 "평소 아버지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때문에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던 바다. 실제 김씨는 1999년 자폐 3급 진단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뒤 범행 은폐를 시도한 사실, 경찰 검거 당시 범행을 부인했다가 이후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직계 존속을 살해한 존속살해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할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렵고, 이 사건 범행들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폐성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증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유족인 피고인의 모친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며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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