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들어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장들의 후임자 임명이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기강이 느슨해지면서 핵심 업무들도 공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하고 국정감사 이후로 임명시기를 늦출 전망이다. 국감을 앞두고 낙선·낙천자들에 대산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오는 30일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신임 기관장 선임 안건은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위는 각 기관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제출한 후보를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임추위가 후보자를 3배수로 추천하면 공운위는 이를 단수 혹은 2배수로 추려낸다. 이후 각 기관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후보자를 의결하고,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앞서 이달 6일 열린 공운위에서는 산업부 산하 5개 발전사 중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의 사장 선임 건만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발전 5사의 인선이 한번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공운위는 중부발전에 이영조 중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을, 서부발전에 이정복 전 한국전력공사 경영관리부사장을 각각 낙점했다.
이날 공운위에서 다뤄지지 않은 나머지 발전 3사의 신임 사장으로는 동서발전에 권명호 전 국민의힘 의원, 남동발전에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 남부발전에 산업부 출신인 김준동 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이 각각 하마평에 오른다.
이들 3사의 인선이 미뤄진 배경으로는 각 후보자가 정치인 혹은 산업부 출신이라는 사실이 자리한다. 일찍이 공운위가 의결을 마친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의 사장 후보자는 각각 내부 승진과 한전 출신으로, 업무 연계성과 전문성 등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은 정치인 출신이, 남부발전은 전 산업부 출신이 각각 후보자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출신을 고려할 때 발전사에 대한 업무 역량이 증명되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발전 5사의 사장은 한전·산업부 출신과 내부 승진 등으로 구성돼 왔다. 올해에는 발전 5사 사장의 임기 만료와 총선이 겹치면서 총선에 대한 보은성인 정치인 인사들이 속속 후보자로 손꼽히기 시작했다. 만일 하마평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사장직에 오르면 발전사 가운데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이 수장을 맡는 사례가 된다.
정치인 출신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다음달 시작되는 국감에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을 공산이 크다. 야당은 총선에 대한 보은 성격과 낙하산 논란, 전문성 유무 등을 두고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한전 사장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을 임명해 야당의 반발을 샀던 바 있다.
정부는 이런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해 국감 이후인 10월 말에 인선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각 기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후보자 의결을 마친 중부발전·서부발전과 달리 남은 발전 3사의 수장은 다음달 중에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밖에 한전KDN과 한전KPS 등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들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채 신임 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운위는 지난 6일 열린 이후 다음 회의는 국감 이후에나 재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달 30일 일정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장 선임 안건은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관장 선임 건이 국감 때문에 미뤄진다고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런 얘기들이 다수 나오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인사는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안건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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