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타격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라며 "용기와 배짱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확전을 두려워해 최대 사거리 250~300㎞ 짜리 지대지·공대지 미사일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족쇄를 빨리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고 있는 집권여당 노동당의 연례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지금은 우크라이나 옆에 서 있는 동맹국들에게 배짱과 용기, 인내와 끈기가 절실한 시기"라며 그같이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로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래미 장관의 발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중요한 회담 직전에 나왔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요일(21일)에도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장거리 타격 미사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이 제공한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최대 사거리는 300㎞이다. 로켓 6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발사대에서 호환해서 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영국과 프랑스가 제공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Storm Shadow)와 스칼프-EG(SCALP-EG)이다. 스톰섀도와 스칼프-EG는 같은 미사일로 두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영국·프랑스가 공동 개발했고 최대 사거리는 550㎞에 달하지만 해외 수출용은 250㎞로 제한돼 있다.
영국은 최근 들어 미국이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 해제가 부담스럽다면 스톰섀도 만이라도 제한을 풀어주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스톰섀도에는 일부 미국제 부품이 들어가 있어 이 무기의 수출과 사용에는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또한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가 러시아 방공망을 피해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위성 자료와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래미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전과 어려움이 더욱 깊어지고 가혹해질 것"이라며 "특히 (전쟁이) 내년 후반 또는 2026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은 현재 극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 동부전선을 지키고 그외 다른 전선에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