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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항생제 내성, 전 세계 130만명 숨져…치료제 박테리오파지, 물에서 얻다

기사등록 : 2024-09-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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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감염병 치료제 개발 설명회 개최
2029년까지 박테리오파지 연구·개발 밝혀
항생제 내성 생기면 세균 억제 못 하는데
박테리오파지, 항생제 내성에도 효과 OK
항생제 듣지 않는 사람, 치료 사례 기대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2020년 전 세계 13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내성으로 모든 항생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 세균 먹는 치료제 '박테리오파지'다.

지난 24일, 질병관리청 출입기자단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질병청의 생물안전 3등급(Biosafety Level3·BL3) 연구 시설을 방문해 물에서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했다.

◆ 박테리오파지, 항생제 내성에도 OK…질병청, 5년간 박테리오파지 개발 박차

항생제 내성은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린다. 코로나19처럼 유명하지 않지만 한 해 동안 13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정도로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세균감염으로 몸이 아플 때 세균을 억제하지만 내성이 생기면 약을 먹어도 세균을 억제하지 못한다.

문동찬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약제내성연구과 연구관은 기자단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과 박테리오파지의 효능을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항생제 내성으로 약13만4000명이 숨지고 약25조의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획기적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박테리오파지 모습 [자료=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 2024.09.26 sdk1991@newspim.com

질병청은 2029년까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박테리오파지를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물, 토양 등 주변 환경에 분포한다. 항생제 내성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고 부작용이 낮다.

박테리오파지 치료 방법은 두 가지다. 임상 실험으로 승인받거나 환자 맞춤형 치료방법이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임상 실험으로 승인된 제품은 없다. 벨기에, 미국 등은 환자 맞춤형 치료 방식을 이용해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다. 정맥 주사, 약 복용 등 방식으로 환자에 쓰인다.

실제 외국 등에선 환자맞춤형 박테리오파지 치료가 사용됐다. 미국 톰 패터슨 교수는 이집트 여행 후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에 감염돼 모든 항생제 치료가 불가했으나 박테리오파지를 단독 사용해 성공했다. 30세인 한 여성은 폐렴막대균에 감염돼 모든 항생제에 의해 치료가 불가했으나 항생제와 박테리오파지 치료를 병행해 치료했다.

문 연구원은 "박테리오파지 전문가들이 모인 '파지치료 컨소시엄'을 만들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하려고 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통해 한국에서도 5년 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강물에서 박테리오파지를 얻다…질병청 "항생제 듣지 않는 사람, 치료 사례 기대"

문 연구원은 설명이 끝난 뒤 BL3 연구시설로 기자단을 안내했다. BL3 연구시설은 감염병 유출을 막기 위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다. 가운을 입고 들어가자 원심분리기가 책상에 놓여있었다. 박테리오파지가 들어 있는 강물을 용기에 담아 원심분리기에서 찌꺼기를 걸러야 한다.

질병청 출입기자단이 강물에서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하고 있다. 2024.09.26 sdk1991@newspim.com

원심분리기를 거쳤지만 아직 용기엔 박테리오파지와 세균 등 찌꺼기가 있다. 첫 번째 순서는 필터를 이용해 세균과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해야 한다. 장갑을 끼고 앉아 책상에 놓인 빈 주사기 입구에 필터를 꼈다. 주사기가 연결된 필터 아래로 빈 용기를 연결했다. 이후 주사기 안으로 박테리오파지가 든 물을 옮겨 담았다. 주사기 피스톤으로 강물을 밀어내면 박테리오파지만 걸러진 액체가 빈 용기에 모인다.

다음은 스포이드같은 마이크로파이펫을 이용해 걸러낸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잡아먹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이크로파이펫을 누른 상태로 끝을 박테리오파지가 걸러진 액체에 담근다. 힘을 빼면 박테리오파지가 담긴 물이 마이크로파이셋 위로 올라온다. 올라온 물은 녹색인 원인균(녹농균)에 한 방울 떨어뜨리면 박테리오파지와 원인균이 만난다.

효과가 있는 박테리오파지는 떨어뜨린 곳이 흰색으로 변한다. 흰색으로 변한 곳에도 여러 박테리오파지가 있어 증폭 과정을 통해 효과있는 박테리아파지를 찾아내야 하는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현미경으로 보자 박테리아파지는 머리, 몸통, 다리로 구성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박테리오파지가 효과가 있을 경우 녹농균 색은 녹색에서 흰색으로 변한다. [자료=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 2024.09.26 sdk1991@newspim.com

문 연구원은 "박테리오파지 개발로 항생제 듣지 않는 환자에게 치료되는 사례가 있으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균에 해당하는 좋은 박테리오파지가 있어야 하고 허가를 내준 기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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