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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MBK와 영풍이 시장에 입증해야 할 것들

기사등록 : 2024-09-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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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확보후 고려아연 청사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75년 동안 공동 경영을 이어오던 최 씨 집안의 고려아연과 장 씨 집안의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혈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에 대한 법적 조치와 네거티브로 얼룩진 여론전은 물론이고, 총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는 '쩐의 전쟁'은 한쪽이 몰락해야만 끝나는 벼랑 끝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부 김승현 차장

지난 13일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공시한 이후 흐름을 보면 명분에서는 고려아연이, 자금력에서는 MBK·영풍이 앞서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악마화'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MBK와 영풍이 시장에 입증해야 하는 것이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후에 어떻게 고려아연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 전략이다. 주주들은 누가 좋은 경영자인지, 누가 나쁜 경영자인지보다 투자 성과를 더 잘 보일 수 있는 곳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유일한 유인(인센티브)은 이익이라는 의미다. MBK가 당초 제시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전격 인상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이유일 것이다.

다만 MBK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제시한 단기 차익도 분명한 이익이지만 시장은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게 본다.

최 회장의 우호 지분(백기사)으로 알려진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이 최 회장과 단지 미국 명문 학교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백기사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려아연의 본업은 사실 어느 정도 성장세가 끝나가는 산업이라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물론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업의 근간이 되는 아연, 납 제련과 금·은·동 생산이라는 본업은 기간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쉽게 위축되는 산업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케파(capacity, 수행 가능한 작업량 또는 처리 능력)가 정해진 분야다.

그러한 이유로 3세 시대를 맞아 최 회장이 수소 산업 등 신산업 개척을 위해 투자 다변화를 추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본업에 더 충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며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9년 부채 규모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폭증 ▲영업이익 마진 2019년 12%에서 2023년 6.8%로 급락 ▲최윤범 사장 취임인 2019년 이후 38개 투자 건 중 30개 기업 총 누적당기순손실 약 5300억원 ▲2029년 부채 10조원 육박 예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확보 후에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 경영진의 경영 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 최고 제련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전기동 사업, 반도체 황산 사업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며, 고려아연 본업과 연관성이 결여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들에 대해서는 투자금을 회수한 후 고려아연 본업 및 신사업 경쟁력 제고 목적으로 해당 자금을 재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과 업계에서 가장 의혹을 가지고 있는 중국 등 해외 매각설에 대해서는 "한국의 기간산업, 정책산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며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기자회견 후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래, 최 회장이 경영을 실패했다고 하자. 그래서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에 대한 명확함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은 견실하지만 오너의 경영 실패로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사들여 군살을 빼서 다시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은 사모 펀드의 '당연한' 영업 특성이다.

그럼에도 MBK와 영풍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국가 기간산업을 중국에 넘기려 한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산업계, 정부 등에 경영권을 확보한 후의 고려아연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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