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MBK 파트너스와 영풍이 결국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며 '쩐의 전쟁'을 선언했다. 약 3000억 원의 추가 실탄을 마련하며 지분 확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도 그만큼 올라가게 됐다. 양측 모두 끝장 승부를 예고하며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측은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우호적 여론을 얻기 위한 여론전도 이어갈 전망이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제공] |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 조정했다.
MBK 측은 "새롭게 결정한 주당 75만원 공개매수 가격은 고려아연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보다도 11.6% 높은 수준이며, 3개월, 6개월 간 평균종가(VWAP)에 45.1%, 50.5%나 할증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당초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144만 5000주)에서 최대 14.6%(302만 5000주)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목표 지분을 최대치까지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인수 가격은 2조원에서 2조2700억원으로 약 2700억원 늘어난다.
영풍이 전날 MBK 측에 30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한 것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자금으로 풀이된다.
MBK가 공시한 이날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에도 공개매수 거래일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징검다리 휴일로 장이 열리지 않는 날을 제외하면 최 회장이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은 5거래일이다.
MBK가 공개매수 거래일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최 회장이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뉴스핌DB] |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7.75%를 들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하고 일본 기업들과도 접촉하는 등 백기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MBK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약 1조1000억원 규모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오는 7일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 본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규정하며 MBK의 경영권 참여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보고 반격에 나섰다.
MBK가 인수한 후 결국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공장이 있는 울산 정치권까지 나서며 MBK는 여론전에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태다.
'할 말이 많은' 장 고문과 최 회장, 김 회장은 국감에 출석해 우호적 여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