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과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반격에 나섰다.
법원에 의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매수가 가능해지며 고려아연이 약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탈이 약 43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며 자금력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의 주장은 모두 허위사실이고 억측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의 본업을 지키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mironj19@newspim.com |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7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 1주당 매수가격은 83만원"이라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공개매수에는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도 고려아연의 공동 매수자로 참여하기로 했다"며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 투자자"라고 했다.
이어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 방향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으며, 이를 위해 이번 공개매수에 약 4300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취득 예정인 총 주식 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0%인 총 372만6591주이며 전체 금액은 약 3조1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모두발언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배석한 조현덕 변호사는 베인캐피탈과 고려아연의 계약 관계에 대한 질문에 "베인캐피탈과 법인 고려아연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이 없다"며 "베인캐피탈은 회사 주주인 최 회장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mironj19@newspim.com |
최 회장은 그러면서 MBK와 영풍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회장은 '지분이 2.2%에 불과한 최 회장이 총수처럼 회사를 좌우하려 한다'는 주장에 "제가 지금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는 제가 고려아연의 주주여서도 아니고 제 성이 '최' 씨이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지난 50년 동안 이들이 탐내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포함하는 전체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적대적 M&A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등 정당한 방어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 및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의 뜻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건, 이그니오 홀딩 투자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투자며 내규에 의해 필요한 모든 절차를 거쳤다"며, "MBK와 영풍이 오히려 고려아연 미래를 위해 발표한 트로이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없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당초 시장이 전망한 추가 지분 6~8% 공개매수가 아닌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총 18%의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필요한 7~8% 정도를 확실하게 매입하기 위해 주주들로 하여금 저희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선대 때부터 75년간 이어져 온 공동경영이 상호 비방과 법적 분쟁을 포함한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비화된 데 대해서는 영풍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영풍이 적법한 경영 판단을 통해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경우,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 등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문제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의 경험과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영풍 장형진 고문님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