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해서라도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히면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금융소비자 편익 향상 뿐 아니라 비용 전가, 급격한 자금이동 등 부작용도 지적돼온 만큼 이번 22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한홍 정무위원장도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같은 날 "1인당 GDP 향상, 예금 규모 변화 등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증가와 다른 국가들의 보호한도 수준을 고려할 때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국내예금보호한도는 2001년 대통령령에 따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후 올해까지 23년째 동결돼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3500만원), 일본은 1000만엔(9900만원), 캐나다는 10만캐나다달러(9500만원) 수준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연쇄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상향 논의가 불붙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GDP 등 각국의 경제 수준을 감안할 때 보호 한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실효성, 유불리 등을 검토해왔지만 현행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야당 대표와 여당 소속 정무위원장까지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이뤄진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은행 파산을 우려해 여러 은행에 5000만원씩 분산해 돈을 맡길 필요가 없어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대부분의 예금자가 보호 한도 내에서 여러 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도 상향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시 예금보험료 인상과 따른 소비자 비용 전가, 급격한 자금이동 우려 등도 동시에 제기된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하는 돈인데,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년째 예금보호 한도가 그대로인 이유는 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료를 올려야 하고, 업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합의가 안돼 못올린 것"이라며 "현실적인 문제로 예보료 인상은 대출금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 역시 적극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재도 예금자의 98%가 보호받고 있고, 예금보험료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금리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제2금융권 등으로 급격한 자금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과 예보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예금보험료율의 적정수준·요율한도 관련 검토 경과(3차)'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보험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예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 한도를 높이면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반대 논리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업권별 '차등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예금자보호한도 동등 상향은 보험료율 인상, 자금이동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보호 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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