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건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했음에도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변론을 종결한 것은 소송절차 위반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24일 인천에서 장식용 조약돌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가 조약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은 "주인이 없거나 버려진 물건이라고 생각해 주어간 것일 뿐, 타인 소유의 물건인지 알지 못했고 물건을 절취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화단장식용 조약돌을 절취한 사실이 인정되며, 피해자로부터 항의를 받았음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 점 등에 비춰볼 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항소심 재판 중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변론을 종결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자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하고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친 뒤 변론을 종결했다"며 원심에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정하지 못한다.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인이 또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2회 연속 불출석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없는 가운데 항소심 재판 진행이 가능한데, 이 때도 피고인에 대한 소환은 적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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