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최근 5년간 지주회사 70곳의 과세이연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주회사 설립이 우회 상속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 설립을 이유로 과세를 미뤄둔 양도차익 금액이 13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세이연을 신고한 지주회사는 70개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한 대기업이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보면, 해당 제도로 인해 부과하지 못한 세금은 1조6000억원이 넘었다.
문제는 해당 과세이연액(미뤄진 세금)을 사실상 부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최근 10년간 기업 규모별 과세이연 금액 현황 [자료=차규근 의원실] 2024.10.15 plum@newspim.com |
지난 2010년 기획재정부는 지주회사 과세특례를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를 개정하면서 과세이연 중단 사유에 포함되어 있었던 증여 또는 상속 항목을 삭제했다. 주식의 처분에 증여와 상속이 포함되는 개념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2016년에 기획재정부는 민원회신을 통해 주식의 처분에는 상속이 포함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과세이연된 주식이 상속되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했던 삼양 그룹의 경우 조세소송을 제기했고, 국세청이 패소했다.
이는 법원이 상속을 원인으로 한 양도소득세의 부과 또는 추징은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지주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과세를 미뤄 준 천문학적인 양도소득에 대해 상속 등을 이유로는 현재 과세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1년 제도 시행 이후 일몰 연장을 거듭하면서 24년간 제도가 이어져 오면서 과세이연을 신고한 지주회사만 118개에 달한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단 한 번의 세법개정건의 이후 제도개선을 건의하지 않고 있고, 기재부도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차규근 의원이 최상목 부총리에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2024.10.11 100wins@newspim.com |
심지어 차규근 의원실 확인 결과 국세청은 추가적인 조세소송의 현황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차규근 의원은 "주식의 처분에 상속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법을 개정하고,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이를 확인까지 했던 기재부나 과세에 책임이 있는 국세청 모두 조세소송에 안일하게 대응했을 뿐 아니라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10년 동안에만 과세이연된 양도소득이 13조원이 넘고, 최근 5년으로 보더라도 그로 인해 징수하지 못한 세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를 제대로 과세하지 못한다면 정책 당국과 과세당국이 직무유기를 한 것일 뿐 아니라, 그 혜택은 소위 재벌들과 대기업에 돌아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도 큰바,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개선을 하고 더는 일몰 연장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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