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심각한 부패 관련 기업 등 이른바 '죄악주'에 6조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연기금에서는 투자 배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공단도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이 16일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단은 환경오염 분야 기업에 3조 557억원, 석탄 분야 기업에 1조 1513억원, 담배 분야 기업에 8126억원,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5937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특히 대량살상무기(대인지뢰, 집속탄) 분야의 경우 2021년 2981억원에 비해 투자액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4.10.07 leehs@newspim.com |
공단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환경 오염 기업인 포스코홀딩스로, 총 2조 300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석탄 및 석탄 발전 업체인 한국전력에 1조 1513억원, 담배생산 업체인 KT&G에 8118억원을 투자했다. 집속탄 생산 업체인 LIG넥스원에도 422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해외 연기금의 투자 배제 기준을 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담배, 석탄, 무기 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또한 집속탄, 대인지뢰 등의 무기 생산 기업과 담배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화석연료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도 중단한 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투자 배제 기업을 지정하고 있지 않다. 2019년 1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고 2021년 5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시행 방안 마련 중'에 머물러 있다 .
한편 공단은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에 대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SPC삼립에 200억원대 규모의 투자를 유지해 왔고, 지난해 기준 평가액은 260억원에 달했다. 해당 기간 SPC에서는 총 57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다.
전진숙 의원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투자배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 확보 또한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석탄 및 대량살상무기, 담배 등에 대한 투자 제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뿐 아니라, 산업재해 등을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24.10.16 jsh@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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