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이 종료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기구가 출범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 8개국 주한 대사들은 16일 외교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의 출범을 발표했다. MSMT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대체 기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등 8개국 주한 대사와 함께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출범을 선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0.16 yooksa@newspim.com |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창설돼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을 조사하고 정기 보고서를 펴내거나 제재 이행 권고를 내놓는 등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안보리 상임시아국인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활동이 종료됐다.
MSMT는 전문가패널의 해체로 인한 유엔 대북제재 감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미·일 등 대북제재 이행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자발적 참여 형태로 운영된다. 참여국은 한·미·일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다.
참여국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우리 MSMT 참여국들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수호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뜻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MSMT의 목표는 제재 위반과 회피 시도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보를 공표함으로써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공동의 의지를 강조하고, 대화의 길이 열려 있음을 재확인하며,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지속되는 위협에 맞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MSMT는 전문가패널과 유사한 활동을 하게된다. 대북제재 위반·회피 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전문가 패널은 연간 2차례 보고서를 작성, 공개했지만 MSMT는 정례 보고서 외에 이슈·분야별로 별도의 상세 보고서를 수시로 발간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MSMT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 내에서 회람하고 안보리에서 공개 브리핑을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 등 안보리 결의 위반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체제 공백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요국들의 인식과 의지가 MSMT 출범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전문가패널이 8개국 대표들이 유엔사무총장의 임명을 거쳐 안보리 산하 기구로 활동했지만, MSMT는 유엔이 틀 밖에서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어서 공신력이 떨어지고 북한 문제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아 영향력이 전문가패널보다 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MSMT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가 MSMT 활동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대북제재 이행을 노골적으로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진영화로 유엔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여서 MSMT가 기존 전문가패널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MSMT는 패널 활동을 제약하기도 했던 안보리 내 역학관계에서 자유롭고 기존 보고 주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 패널 보고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MSMT는 일단 11개국으로 출범해 점차 참여국들을 늘려갈 방침이다. 외교부는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모든 국가의 참여에 열려 있다"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