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꺼내든 대출규제 영향으로 지역별로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남 3구를 비롯해 여의도와 같은 이른바 '상급지'와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대출의 규모 역시 제한을 걸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높거나 현금을 보유한 수요자들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대다수의 정책대출을 이용하는 수요자들의 경우 대출이 축소되면 선택지가 줄어들어 매수심리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규제로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 상승세는 어느 정도 잡혔지만 지역별로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꺼내든 대출규제 영향으로 지역별로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 강남3구, 용산 등 신고가 거래…매물 증가폭 낮아
지난달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유주택자 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서울 내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상승했다. 이 가운데 서울은 0.10%에서 0.11%로 0.01%포인트 올랐다. 가격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규제 영향 등으로 전반적인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관망세가 지속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이른바 '상급지'의 경우 일부 재건축 추진단지와 신축단지에서 신고가 거래 발생하고 있다.
먼저 강남구(0.27%)는 개포·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용산구(0.19%)는 이촌·한남동 주요단지 위주로, 서초구(0.18%)는 반포·잠원동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소재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7일 28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달 26억6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열흘 사이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의 '신현대' 전용 108㎡ 역시 지난달 50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99㎡ 역시 같은 달 40억원에 손바뀜됐다.
재건축 바람이 거센 여의도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 175㎡는 지난 1일 43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6월 찍은 38억5000만원보다 5억원 오른 신고가를 보였다.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수정아파트 전용 150㎡도 지난 2일 27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석달 전인 지난 7월 25억9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지난 7일 전용 156㎡가 35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한달새 1억2000만원 오른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의 아파트 가격은 과거 2022년 최고점일 때보다 최대 약 8000만원 상승했다. 반면 서울 노도강(노원·강북·도봉) 지역의 경우 2021년 최고점일 때보다 최대 1억2300만원 하락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3구 중 최고점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서초구로 2022년 4월 21억 220만원에서 올해 8월 21억 8217만원으로 7997만원이 상승했다. 이어 송파구가 최고점 대비 6157만원, 강남구가 798만원 상승했다. 노도강 지역의 경우 도봉구가 최고점 대비 1억2306만원 하락했고 강북구가 1억1308만원, 노원구가 1억 61만원 하락했다.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매물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출규제가 본격화 9월 이후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마포구다. 2868건에서 3334건으로 16.2% 늘었다. 이어 서대문구(15.0%), 관악구(13.4%), 동작구(13.3%) 순이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는 각각 3.5%, 3.9%, 6.6% 늘어난데 그쳤다.
◆ 중산층 대출 축소, 매수심리 위축…"지역간 집값 격차 더 벌어질 것"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본격 시행했다. 스트레스 DSR이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0.75%포인트, 은행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1.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며 동시에 차주의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 때문에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나 소득이 높은 수요자들이 진입하는 상급지의 경우 매물이 꾸준히 소화되고 있고 다른 지역의 경우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까지 규제에 나서면서 상급지와 그 외 지역의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기존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소액임차보증금을 포함해 대출해줬다. 앞으로는 방수 공제로 최대 대출 한도에서 지역별 소액 임차보증금을 차감해야 한다. 지역별 소액임차보증금은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기타 2500만원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3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당초 2억1000만원까지 나오던 대출(LTV 70%)이 5500만원(서울시 소액임차보증금금)을 뺀 1억55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상급지로 불리는 지역은 소득이 높거나 현금을 보유한 수요층이 진입하는 만큼 대출규제에 대한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오히려 대출규제 영향은 중산층 수요자들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급지의 경우 매물이 꾸준히 소화되고 그 외 지역들은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으로 지역간 양극화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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