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서영욱 기자 =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동 정세 악화, 미국 대선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전력소비가 많은 반도체와 철강, 화학, 정유사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 전력사용량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조치로 연간 전기요금이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대기업 연간 1.2조원 전기료 추가 부담...반도체·철강업체 등 타격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기업들은 연간 1조 2700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추가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은 8만 5009Gwh였으며, 납부한 전기요금은 12조 443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
특히 반도체 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늘어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어어져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반영하되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전반의 전기소비자들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고 에너지효율화에 적극 동참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철강업계, 중국산 저가공세에 원가 부담 가중 '이중고'
반도체와 함께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업종중 하나인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원가 부담에다 전기료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불황에 허덕이는 철강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제품 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은 10~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 사용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동국제강의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며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이나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조2770억원, 영업이익은 41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9%, 영업이익은 50% 넘게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414억원, 영업이익은 980억원에 그쳤다.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향후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사회 차원에서 비용 분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고 소비자에 대한 가격신호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아울러 에너지 절약의 수단으로 요금 인상이라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전기를 아끼면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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