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10-25 17:03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치솟은 원가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이 장기화되고 있다.
건설사 맏형 격인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잇달아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95% 수준까지 치솟은 원가율 부진이 실적 개선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건설업황 부진, 지방 미분양 확산 등 부동산시장에 악재가 적지 않아 기업 건전성 개선에 대한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하고 있다.대형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1%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대비 22.8% 감소한 수치다. 원자재값 상승이 지속된 데다 공사안전 관련한 투자비가 늘면서 원가율이 악화했다.
2016년 건설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던 영광도 옅어지고 있다.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이어지면서 1000억원대 분기 영업이익도 위협받고 있다. 이 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에 오른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과 합산된 금액이다.
실적과 관련해 회사측은 "원자재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현장의 안전·품질 강화를 위한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의 원가율은 올해 1분기 93.7%에서 2분기 94.8%로 뛰었다. 1조원짜리 공사에서 매출원가가 9489억원 투입되는 셈이다. 원가율이 높으면 매출총이익에서 인건비, 판매비,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 제하고 얻는 영업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 2021년에는 90.0%, 2022년 92.8%, 2023년 94.2%를 각각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74억5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했다. 이는 석달전 예상치 대비 32.7% 감소한 실적이다. 영업이익 부진은 건축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판매관리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의 준공 정산 손실 등으로 건축부문 원가율은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실적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이달 30일, DL이앤씨와 GS건설은 31일 3분기 결산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760억원이다. 이는 석달전 추정치와 비교해 25.8% 감소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예상치 대비 11.9% 줄어든 1186억원이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37.6% 급감한 수치다.
건설업계 수익성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진 데다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주택부문의 핵심 축인 분양사업이 부진할 경우 원가율 상승, 이익 감소 등의 악영향이 미친다. 건설사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인 SOC(사회기반시설) 사업도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 26조1000억원보다 9000억원(-3.6%) 줄어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잇달아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로 안전, 품질 투자비용이 증가한 게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원가절감을 위한 건설사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