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가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를 결국 기금과 불용액 등으로 돌려막기에 나선다. 다만 이럴 경우, 미래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질 뿐더러 지방재정에 대한 압박만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 세수펑크 29.6조…가용재원·교부세·불용액 충당
정부는 지난달 26일 세수재추계에 따른 국세 부족분인 29조6000억원을 가용재원 14조~16조원, 교부세(금) 6조5000억원, 불용액 7~9조원으로 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금 및 특별회계 가용재원으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내외, 외국환평형기금 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 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 3조원 내외 등이다.
교부세(금) 배정은 교부세 50%, 교부금 80%로 유보한다. 이에 따라 6조5000억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통상적 불용액은 7조~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각 기금 등의 여유자금 및 수지 여건 등을 고려해 회계·기금 목적 수행에 지장없는 범위 내에서 활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가용재원 활용 규모 및 대상 등은 세수 실적, 각 부처 재정사업 집행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인 상황이다.
지방교부세와 관련, 재정안정화기금 등 가용재원 여건과 지방 소비세 확대 등 지방세입 상황, 통상 불용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지자체의 경우,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7조원 수준의 자체 가용재원 활용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세수는 부동산 거래 회복 및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취득세·재산세 증가 등으로 안정화 추세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지자체별 상이한 재정 여력 등에 따른 일부 지자체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지방채 인수 등 방안도 적극 강구할 계획도 제시됐다.
교부세·금의 경우, 세수재추계에 따라 올해 예산 대비 9조7000억원 규모를 감액해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 재정여건 등을 고려, 올해와 차차년도에 분산해 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6조5000억원은 집행을 보류하고 3조2000억원은 교부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0.28 yooksa@newspim.com |
이와 함께 지자체별 상이한 재정 여력 등에 따른 일부 지자체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지방채 인수 등 방안도 적극 강구한다.
불용액은 지난해 수준의 통상적인 불용규모인 7~9조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불용(내부거래 및 교부세(금) 불용 제외) 규모는 7조8000억원있었다. 정부는 민생·지역경제·경제활력 지원과 관련된 사업은 최대한 차질없이 집행되도록 지속 관리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 재정건정성 저하·미래재정 부담·지방재정 압박·임시방편 등 우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재정 돌려막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일찌감치 2년 연속 세수펑크를 두고 질책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 30조원의 결손이 생긴 것은 경제 상황 부분도 있었겠지만 정부가 작년 세수 결산에 독단적으로 대응하며 실패가 반복된 것"이라고 따졌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안도걸 의원실] 2024.10.10 dream@newspim.com |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기재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전 정부 7.1%에서 24.2%까지 상승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밖에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으로 인해 기존 자금의 재분배가 재정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난도 들린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기존 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세수 부족을 메우기에는 유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금의 목적성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외국환평형기금은 대외환율 안정에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를 세수 부족 메우기에 사용하면 추후 환율 변동 등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기존의 기금을 끌어와 세수 부족을 메우게 되면, 향후 이러한 기금에 대한 채워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향후 예산에서 추가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으며,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방재정에 대한 압박이라는 말도 들린다. 교부세 배정 유보와 같은 정책은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대응방안은 단기적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구조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요구된다.
정부 관계자는 "외평기금의 자산 규모가 원화와 외화 합쳐서 지난해 말 결산 기준으로 274조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여력이 부족함은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수가 부족하면 국고채를 발행하거나, 지출을 감소하는 것, 국회 의결한 세출 예산을 충분히 지출하는 방법이 있다"며 "정부 내부의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만큼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 국채발행 없이 가용재원 활용해 올해 세출 예산을 최대한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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