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모욕적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조합원인 A씨는 지난 2019년 조합원 70여명이 참여 중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추진위원장 B씨에 대해 '양두구육의 탈을 쓴 사람', '자질 없는 인간', '무책임한 인간', '사리사욕으로 채워진 추진위원장의 야욕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는 식의 글을 게시하며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피고인에게 모욕의 의사가 없었고 공익을 위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가 속해 있던 추진위원회는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에 대해 시에서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신청을 취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위원회가 조합원들에게 관련 서류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추진위원회와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 제기라고 해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며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해도 모멸적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과 법리에 비춰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작성한 글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이 사건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 이 사건 대화방의 성격과 참여자, 글 게시 전후의 상황 및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법리에 비춰 살펴 보면 이 사건 표현들이 포함된 글은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포함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형법상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들이 포함된 글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례한 표현이 담긴 글에 해당할 뿐"이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모욕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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