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가족친화기업'에서 지난 2년간 노동법 위반 1825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기업이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조성하는 기업으로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증한다.
여성가족부 정부 서울청사=김보영 기자= kboyu@newspim.com |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가족친화기업 중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사례가 총 1825건이었다.
여가부는 가족친화기업이 되기 위한 법규상 최소 요구사항도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취소하지 않았다. 최소 충족 요건에는 주 40시간 근로시간 준수, 육아휴직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15가지의 법규 요구사항이 있다.
최소 요구사항 위반은 총 43건으로, 그중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이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기소된 6건에 대해서도 인증이 취소되지 않았다. 정부가 모범적인 직장문화를 선도한다며 인증한 기업이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악덕 기업이었던 셈이다.
특히,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되면 국가계약상 업체 선정에서 가점을 받고 신용평가 반영 및 보증료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최근에는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까지 추진되어 혜택이 강화되고 있다. 여가부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덕분에 기업들은 최소 요건도 지키지 않은 채 혜택만 챙겼다.
하지만 여가부는 위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여가부가 고용노동부에 가족친화기업의 관련 법규 위반 점검을 요청한 것은 작년 9월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올 10월에야 자료 갱신을 요청했다. 또한, 인증심사를 위한 가족친화인증위원회도 올해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인증 취소된 기업은 14개 업체뿐이다. 인사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합격을 제한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판결 난 A은행이나, 2년째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코스맥스 등도 아직 가족친화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장철민 의원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의 필수 기준을 명시하고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분기별로 의무 조사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철민 의원은 "정부가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까지 추진하며 혜택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본래 목적이었던 가족친화 환경 조성은 뒷전"이라며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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