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5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계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밀라 해밀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대응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욕=뉴스핌] |
◆ 기로에 선 반도체 산업...보조금이냐 관세냐
우선 반도체 산업은 미 대선 승자에 따라 결과가 가장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이어 받아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칩스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높이면 외국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공짜로 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기존의 칩스법에서 이뤄지던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정책은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억 달러(8조8256억원), 4억5000만(6205억원)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한 대만 TSMC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들 기업은 글로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결국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기존 칩스법의 기조대로 지원금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칩스법 연장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누가 당선이 되든지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기술,표준 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클러스터 생태계 확충,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력 투자 등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 탈중국 가속화 속 IRA 방향성도 '촉각'
인플레이션 방지법(IRA)도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는 물론 배터리 산업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IRA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시 IRA가 전면 폐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IRA는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북미산으로 해야만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IRA 시행 후 2년 동안 리튬 광산, 배터리 공장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약 125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투자된 금액만 950억 달러(130조원)에 달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IRA 전면 수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트럼프 재집권 시에도 IRA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배터리 생산자들의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실제 IRA로 인한 투자가 공화당 집권주의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실제 공화당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의견이 다양하다"며 "IRA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표명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내 IRA 수혜지역에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법안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 권한으로 IRA가 후퇴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했던 국내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들이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부연구위원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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