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일주일 간 미국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한 한국인 재산이 약 '23조원' 증가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일인 11월 5일부터 13일까지 6영업일 중 단 하루만 빼고 5일간 하락해 큰 대조를 보인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0년에 불어 닥쳤던 일명 '벼락거지' 시즌2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벼락거지'란 '소득이 양호함에도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미국주식과 코인 투자를 하지 않아 빈곤해진 사람이다.
미국주식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는 지금 함박웃음이다. 대선투표일 직전일인 11월 4일 기준 한국인은 미국 주식 및 미국상장 ETF를 총 127조원(909억달러) 보유 중이었다. 그 중 상위 10개 종목 합계액은 무려 66조원(470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보유금액의 52%가 대형 10개 종목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 이후 일주일 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어떻게 변했을까?
◆ 테슬라 앞세운 미국 주식 광란의 랠리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다. 대선 전날인 11월 4일 기준 19조2000억원(136억달러)을 보유 중이었다. 진작부터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며 통 크게 베팅한 창업자 일론 머스크 덕에 테슬라 주가는 5영업일 연속 큰 폭 상승해 40%가 훌쩍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신 11월 12일에는 6영업일 만에 조정을 받았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간 누적 수익률은 35%에 달한다. 한국인들은 테슬라 1종목만으로 약 4조8000억원의 평가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의 트럼프 베팅에 못지 않게 한국인들의 테슬라 베팅도 성공한 셈이다.
한국인 보유순위 2위인 엔비디아는 11월 4일 기준 17조6000억원(86억달러)를 보유 중이었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후광이 없었던 만큼 일주일 간 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래도 1조1000억원의 막대한 평가수익을 얻었다. 엔비디아는 이미 올 초부터 많이 올랐던 만큼 투자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이런 식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10개의 평가수익을 계산해 보면 일주일 만에 7조2000억원의 수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수익률은 더 높아
미국 주식보다 더 수익률이 파격적으로 좋았던 투자자산이 있다. 바로 암호화폐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기준 국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총 55조3000억원이다. 이 중 한국인이 선호하는 상위 10개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39조5000억원이다. 전체 암호화폐 중 71.5%의 비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글로벌 비중은 6월말 기준 54.4%다. 반면 한국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은 37.2%에 그친다. 한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1위인 비트코인보다 글로벌 10위권 밖에 있는 이더리움클래식, 시바이누, 비트코인캐시, 스택스 등의 중형 암호화폐 선호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또 글로벌 비중이 1.2%에 불과한 리플의 한국인 보유비중이 거의 10배에 달하는 10.6%인 점도 눈에 띈다. 2024년6월말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 진날인 11월4일까지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비트코인 등 4개 코인이 플러스, 이더리움 등 6개 코인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11월 4일에도 39조5000억원으로 변동이 없다.
하지만 11월5일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일주일 간 암호화폐 가격은 무섭게 치솟았다. 11월 12일까지 일주일 간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3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론 머스크가 선호했던 도지코인은 무려 200% 상승했다가 막판에 조정 받아 일주일 누적 수익률 141%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이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한국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다. 최근 일주일 간 한국 상위 10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평가수익은 약 15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평가수익 7조2000억원의 2배도 넘는 수준이다.
◆ 한국 주식 투자자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자조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선 후 일주일 간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주식으로 7조2000억원, 암호화폐로 15조4000억원의 평가수익을 달성 중이다. 합치면 22조6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반면 한국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망연자실이다.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13일 종가는 5만600원으로 농담으로만 여겼던 '4만전자'가 눈앞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인 11월 4일의 한국 코스피 지수 종가는 2589포인트였다. 하지만 13일 종가는 2417포인트로 일주일 만에 172포인트 대폭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2109조원에서 1969조원으로 일주일 간 14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시가총액은 개인 투자자 외 대주주 비중도 상당히 크다. 따라서 개인투자자의 정확한 손실규모를 따져보기는 어렵다. 확실한 건 테슬라 등의 미국 주식 투자자나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투자자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격차가 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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