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등 4개 법률안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재의요구를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4개 법률안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 없이 처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이른바 '농업 민생 4법'을 단독 처리했다. 전날(27일)에는 국회 법사위에서 '농업 민생 4법'을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4 leehs@newspim.com |
양곡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에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차 양곡법을 다시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양곡법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하거나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양곡법 개정안에는 평년 가격을 공정 가격으로 명시하고, 쌀값이 공정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가 담겼다. 양곡법 개정안이 더 강화된 것이다.
송 장관은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오히려 쌀 과잉생산을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제도운영 시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며 쌀로 생산집중을 가속화시켜 타작물로의 전환을 위협할 것"이라며 "나아가 벼 재배면적 감축제 등 그동안의 구조적 쌀 공급과잉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조치를 무력화해 쌀값의 회복과 유지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반복되는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연말까지 농가에 벼 재배면적 감축 의무 부과 등을 포함한 '쌀 산업 근본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때 그 차액을 보전하도록 규정한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영농 편의성과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을 쏠리게 해 수급을 불안하게 하고 가격 변동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장관은 "과도하고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자율적인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국제 통상원칙 위배 소지가 매우 크며 정부 재정 부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농업인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2024.11.28 leehs@newspim.com |
양곡법, 농안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재해대책법과 재해보험법은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를 보장하고, 할증을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송 장관은 "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상 국가 재해지원 원칙과 상충될 소지가 매우 크다"며 "타 분야와의 형평성 저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농업인이 일정 부분 자기 책임 하에 재해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87.5%를 이미 지원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재해보험 가입 유인을 약화시키고 농가의 재해예방 노력이 저하되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장관은 재해보험법 개정안으로 인해 모든 농가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할증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한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보험의 기본원칙을 위반한다는 뜻에서다.
송 장관은 "재해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재해 예방 노력을 기울인 선량한 농업인과 그렇지 않은 농업인에게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시키게 된다"며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정의롭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사유들로 인해 양곡법 등 4개 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과 대안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보완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책을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확기 산지 쌀값은 최근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의 산지 쌀값은 20㎏당 4만6021원으로 전회(4만5718원) 대비 0.7%(303원) 올랐다. 한 가마니(80kg) 기준으로는 18만4084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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