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이윤애 기자 =한국 경제가 시계 제로(0)의 불확실성 속에 갇혀버렸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와 내년과 내후년 1%대 전망 등 '저성장 고착'이라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환경에 최근 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의 리스크까지 겹친 형국이다.
한국 경제를 안팎으로 옥죄고 있는 최근 위기 징후의 본질은 미래 불확실성이다. 어느 것 하나 앞으로 변화의 방향이나 크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구조적으로는 저성장의 틀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4.12.04 photo@newspim.com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한국 경제의 '신인도'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경제 펀더멘털, 경제 성장 모멘트가 있고 이것들이 정치적 이유와 분리돼 있는 만큼 신인도에 크게 영향 받을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3, 4, 5일 연속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가지는 등 연일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현안인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1410원대까지 간 달러/원 환율과 관련해 "새 충격이 없다면 천천히 내려갈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는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시장 참가자와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구두 개입'식 발언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탄핵정국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탄핵 정국이) 단기적으로 끝날지 길게 갈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길게 가더라도 정치적인 프로세스와 경제적인 프로세스가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를 비교하며 "당시 데이터를 보면 중장기 영향이 크게 없을 수 있다"며 "단기적 영향이 이번보다 작았고, 장기적인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국내 정치 리스크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일 새벽 국회에 보고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7일 오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적 3분의 2의 의결 정족인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의원들의 참석과 이탈 찬성표가 관건이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4.12.05 hkj77@hanmail.net |
설령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최장 180일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일정과 60일 이내의 차기 대통령 선거 등 최장 8개월 동안은 국내 정치에서 격변과 리스크가 예고되어 있는 셈이다.
이창용 총재조차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하 하고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레드 스위프(미 대선에서 의회와 행정부를 공화당이 장악한 결과)는 예상밖이었다"며 "10월보다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실제 계엄 선포와 해제가 있었던 다음날인 4일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의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대외신인도 등에 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시 "정치는 경제보다 상위 구조"라며 "계엄 사태는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증권가의 분석 자료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환율과 주식이 저평가 국면에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탄핵 정국' 등으로 장기화될 경우 시장과 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리스크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계엄령 사태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계엄령 책임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 혹은 야당의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고려할 때 정치 불안이 조기에 마무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이 총재와 최 부총리 등 이른바 F4 회의가 연일 열리고 있지만 단기적 시장안정대책 외에 이같은 불확실성이 중첩되고 장기화 되는 초유의 상황에 대한 '위기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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