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일 출범한 폰 데어 라이엔 2기 EU 집행위원회도 유사한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8일 발간한 '폰 데어 라이엔 집권 2기 EU 통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연임에 성공한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2기 EU 집행위원회는 경제위축 및 정치적 동력 약화, 대외경쟁 심화,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삼중고에 맞서 산업경쟁력 및 경제안보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무역협회 전경 [사진=무역협회] |
이는 폰 데어 라이엔 1기 집행위가 환경‧인권 등의 '가치(Value)'를 중심으로 통상정책을 추진했던 것과 다소 상반된 움직임이다.
우선 2기 집행위는 기존 2050년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인 '그린딜' 정책을 '청정 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로 전환하고 친환경 기술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공고히 했다.
또한 'Buy European' 정책을 통해 공공조달에서 역내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할 계획이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 창출을 위해 자동차‧풍력산업에 대한 친환경 철강 사용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EU는 중국의 안보 위협, 역내 시장 왜곡으로부터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안보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역외보조금규정(FSR) ▲수출통제 및 투자제한 조치 ▲EU 역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유럽산 사용' 조건 제시 등이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수입규제 조치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1~11월 기준 EU의 신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개시 건수는 총 18건으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15건으로 신규 조사의 83.3%를 차지했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산 제품의 EU 시장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 EU의 대중 수입규제 조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기업의 EU 역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장벽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EU는 미국과 달리 역내 제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기업 투자에 상대적으로 개방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잠식과 중국 투자 생산시설의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EU 내부에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집행위는 중국 기업 투자 시 역내산 부품 사용,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EU의 강경한 대중국 견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같이 고율 관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EU의 대중국 무역‧투자 의존도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국내 기업의 간접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7월 EU가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에폭시수지' 사례와 같이 중국 공급과잉으로 피해를 본 현지 기업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기업도 함께 제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EU의 친환경 분야 투자 확대는 현지에서 대규모 공장 신설‧증설을 진행 중인 이차전지 등 우리 기업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EU가 투자 유인책과 더불어 역내산 원재료‧부품 조달 요건도 함께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진출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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