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지연을 두고 '설계 문제'를 거론했다. 삼성전자의 HBM이 장기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로 반도체 설계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3E를 새롭게 뜯어고칠지, 이를 피하고 대신 HBM4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지 주목된다.
젠슨 황 엔디비아 CEO가 6일(현지시간) CES 2025 개막에 앞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삼성 HBM3E 새로 설계해야" 지적
9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퐁텐블루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테스트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은 매우 조급한 편"이라며 "그건 아주 좋은 일이지만 (삼성전자의 HBM 테스트에)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훌륭한 메모리 회사이고, 테스트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현재 HBM3E 주요고객사의 퀄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황 CEO의 발언으로 보면 제품은 아직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도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개월 넘게 아직 테스트가 진행 중인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스핌DB] |
◆ DS 실적 하향 곡선인데…HBM4에 집중할까
엔비디아향 HBM 공급 경쟁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밀린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HBM의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제 삼성전자의 DS 부문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날 발표한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조5000억원 가운데 DS 부문은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전망치인 7조~8조원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의 설계 변경을 감수하며 현재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지, 아니면 HBM4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HBM4 개발과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이점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