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뉴스핌] 박찬제 김현구 조승진 오동룡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 구조물 논란을 두고 "공동수역 한가운데 정확한 중간선을 긋자"는 실무 협의에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해가 '중국 앞마당'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국내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상하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를 왜곡해 '서해 상납'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중간을 정확히 그어버리자고 (한중) 실무적인 얘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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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대통령은 해당 구조물 위치에 대해 "서해에 각자의 고유 수역이 있고, 중간에 공동 관리 수역이 있는데, (구조물이) 공동 수역 중 중국 쪽 경계에 붙어서 살짝 넘어온 것"이라며 "공동 수역 중간에서 우리 쪽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 설명과 관련해 "중국은 '드론 물고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물고기를 양식하는 양식장'이라고 한다"며 "우리로서는 왜 일방적으로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 구조물은 한·중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된 대형 심해 양식장 '선란(深藍) 1·2호'와 이를 관리하는 추가 시설로, 중국은 모두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해 왔다. 선란 1호는 2018년, 선란 2호는 2024년에 각각 설치됐고, 2022년에는 석유 시추선 형태를 개조한 관리용 구조물까지 더해져 현재 PMZ 내에 중국 시설 3기가 확인된 상태다.
구조물은 직경 수십~수백 m, 높이 40~70m, 수만~수십만 ㎥ 규모의 양식 공간을 가진 철골·그물 구조로, 일부 구역은 중국이 사실상 '항행 제한·금지 구역'처럼 운용해 우리 조사선과 어선 활동에 제약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은 서해 EEZ가 겹치는 수역을 잠정조치수역으로 정해 공동 관리하도록 하되, 어업 외 시설 설치나 자원 개발은 양측 협의를 전제로 하는 구조다. 중국은 "민간 기업이 설치한 양식장으로 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전문가들은 "공동관리 수역에서 일방 설치는 협정 취지 위반이자 '반칙'"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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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중국 고정 구조물. 중동에서 약 30년간 사용되던 프랑스제 시추선으로, 2016년 폐처리됐을 때 중국이 매입·개조해 2022년 10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했다. 해수부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지난해 2월 26일 현장 조사에 나가 실제 촬영한 것이다. [사진=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2026.01.07 gomsi@newspim.com |
국회·국책연구 보고서는 중국이 PMZ에 대형 양식장과 계열 부표 13개를 배치한 행위를 '회색지대 전술'로 규정하며, 명시적 군사행동이 아닌 민간·상업 활동 형식을 빌려 기존 협정과 국제규범을 우회하는 시도로 평가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도 미스치프 암초·피어리크로스 암초 등 암초 위에 대형 인공섬을 조성하고 활주로·레이더·부두를 설치해 필리핀 등 주변국 EEZ 안에서 사실상의 군사기지화·실효지배를 확대해 왔다.
남중국해에서는 대규모 준설·매립을 통해 '섬' 또는 '인공도서'를 만들어 영해·EEZ를 주장하려 했던 반면, 서해 PMZ에서는 협정상 공동관리 구역에 '부유·고정식 양식장'과 관리시설을 설치해 항행·조사·어업 활동을 제약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수단은 다르지만, 주변 수역 통제력 강화라는 전략 목표는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부 구조물에서는 잠수부 활동과 고속정 배치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양식장' 간판 아래 정보수집·해양통제 등 군사·준군사적 기능이 복합된 시설일 수 있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국제법상 자연 암초·섬이 아닌 인공 구조물·부유식 양식장은 그 자체로 영해·EEZ를 발생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 서해 구조물만으로 필리핀 사례처럼 공식적인 '영토·영해 분쟁' 구도를 만들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한·중 경계가 미획정인 상황에서 PMZ 내 구조물을 전초기지처럼 늘리고, 주변을 '사실상 중국 관리 수역'처럼 운용할 경우,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관할·통제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서해판 회색지대 공세'로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동 수역에 정확한 중간선을 긋자"고 제안한 것은 서해 구조물을 계기로 한중 간 미묘한 법적·정치적 경계선을 조기 정리해, 남중국해처럼 '기정사실 누적형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방어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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