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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에 2720억 과징금…"조직적으로 흔적도 지워"

기사등록 : 2026-0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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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 전달·엑셀 옮겨 적고 문서 파기
736건~7500건 LTV 정보 비율 공유
소비자·기업 '거래은행 선택권' 제한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국내 4개 대형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은밀히 교환하며 담합해 담보대출 시장을 교란했다는 혐의로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대형 시중은행이 LTV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서로 교환·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 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AI일러스트=정성훈 기자]

LTV는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가치 대비 은행이 얼마까지 대출해줄 지'를 나타내는 정보다. 은행은 전국 부동산에 대한 소재지, 종류별 LTV를 정해두고 필요시 이를 조정한다.

LTV는 대출가능 자금뿐 아니라 금리, 대출 조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기준으로 꼽힌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필요한 자금을 맞추려면 추가 담보를 내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은행 실무자들은 조직적으로 이 비율을 담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담보인정비율 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필요할 때마다 서로 요청·제공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한 은행 실무진의 '조직적 흔적 지우기' 정황도 파악됐다. 이들은 직접 만나 인쇄물로 받은 뒤 엑셀에 옮겨 적고, 받은 문서는 파기하는 등 '흔적 지우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은행별 담당자·교환 방식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은행들은 교환한 정보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했다. 특정 지역·부동산 종류(토지, 상가, 공장 등)에서 자사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 회수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로 이를 낮추고, 자사 비율이 낮으면 고객 이탈을 우려해 높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이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으며, 줄어든 불확실성으로 인해 LTV를 통한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이와는 반대로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농협·부산은행 등 '비담합 은행'과 담합은행간 LTV 비율 평균 차이는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이 큰 비주택 부동산에서 2023년 기준 8.8%포인트(p)로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되었던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사건"이라며 "기술력 및 사업능력이 충분한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생산적 금융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

한편 하나은행 측은 "공정위 제재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 차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측은 "신중하게 자료를 보고 검토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wideope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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