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이 눈밭에서 '금은동'을 캐냈다.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 설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메달 지형이 빙상 중심에서 설상으로 넓어지는 변곡점을 맞았다.
최가온은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앞서 김상겸은 8일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으로는 2018 평창 이상호(넥센윈가드)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유승은은 10일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스노보드 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의 스키·스노보드 올림픽 메달은 2018 평창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이 유일했다. 한 대회에서 스키·스노보드 복수 메달도 처음이며 한 대회에서 은·동에 이어 금까지 이어진 장면은 설상 종목이 체질 변화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저변 변화가 배경으로 꼽힌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스노보드를 즐기기 시작한 1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그 자녀들이 선수로 성장해 국제 무대에 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유승은과 최가온은 모두 아버지를 통해 스노보드를 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가온은 어린 시절 한 프로그램에서 온 가족이 스노보드를 즐기는 가족으로 소개됐다.
종목 구조도 달라졌다.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계열 중심에서 공중 기술과 연기로 승부하는 프리스타일 계열이 새로운 축으로 올라섰다. 프리스타일 계열은 속도를 경쟁하는 알파인에 비해 아시아 선수들이 체형적으로 더 유리해 집중적으로 입문했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이 이 계열에 강세였고 한국이 경쟁 구도에 뛰어든 것이다.
투자도 뒤따랐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인 롯데그룹은 2014년부터 300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장비 지원과 훈련 여건 개선, 국제대회 출전비 확대가 이어졌다. 롯데는 2024년 훈련 중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은 최가온에게 치료비 7000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도 했다.
풀어야 할 과제는 국내 훈련 환경이다. 스노보드 선수에 친화적인 환경을 내세운 스키장이 늘고 있지만 실제 국가대표급 훈련을 소화할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알파인 계열은 대회뿐 아니라 훈련을 위해서도 눈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다. 유럽 선수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훈련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환경과는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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